지난 안동에서 폰 문제로 시낭송 영상도 못찍고 제대로 찍지를 못해 아쉬웠지만...
두분의 긴 세월의 애정과 우정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고
오랜 세월 글과 시로 버텨 온 온전한 삶으로 두분에 대한 존경심이 자연스레 우러러나왔습니다~
이 가을에 읽어보는 시
'마루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를 읊조려봅니다~
잠시 조용한 시간을 가지며 마음은 어디까지 흘러갔나 들여다봅니다~
이 좋은 가을, '버들치 시인'으로 통하는 지리산 악양 고을 박남준 시인은
이 풍요로운 가을에 마루 끝에 나앉아 마냥 청승을 떨고 있다.
마치 풍요로운 가을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사위어가는 생명들과 한가롭게 수작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그 저의에는 올해도 함께 무사히 지냈다는 안도의 한숨이 깃들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인생도 이런 때가 되면 이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가을은 풍요와 적요가 함께하는 계절이다.
지난 여름의 맹렬했던 기억과 함께 다가올 긴 겨울을 예감하는 마음속에도 풍요와 적요가 동거한다.
- 안상학시인의 '시의 꽃말을 읽다' 중에서 -
마루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
박남준
뭉게구름이 세상의 기억들을 그렸다 뭉갠다
아직껏 짝을 찾지 못한 것이냐
애매미의 구애는 한낮을 넘기고도 그칠 줄 모르네
긴꼬리제비나비 노랑 상사화 꽃술을 더듬는다
휘청~ 나비도 저렇게 무게가 있구나
잠자리들 전깃줄에 나란하다
이제 저 일사불란도 불편하지 않다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떼가 꽃 덤불 속에 몰려오고
봉숭아 꽃잎 후루루 울긋불긋 져 내린다
하루해가 뉘엿거린다
깜박깜박 별빛만이 아니다
어딘가 아주 멀리 두고 온 정신머리가 있을 것인데
그래 바람이 왔구나 처마 끝 풍경소리
이쯤 되면 나는 관음으로 고요해져야 하는데
귀 뚫어라 귀뚜라미 뜰 앞에 개울물 소리
가만있자 마음은 어디까지 흘러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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