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의 오랜 지기의 애정과 내공이
마음에 팍 박혔습니다~ㅎ
묘비명
박남준
안주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바람 부는 언덕 위 한 그루
나무, 나무의 삶으로 돌아가서 새들의 보금자리와 향기로운
열매, 언젠가는 베어지고 쓰러져 누군가의 언 몸을 덥혀주
는 나무처럼
관계 속에서 비롯된다 꽃과 나와의 관계 속에서, 새와 나
와, 별과 나와, 소나무와 나와, 숟가락과 나와의 만남과 헤
어짐과 그 인연의 관계 속에서 나는 살았다
내 안의 나이며 내 밖의 나, 내 안의 봄과 겨울의 시간과
비바람의 날들이 있듯이 내 밖에 여름과 가을의 구름과 햇
살과 꽃들, 새들의 노래가 있다 자연으로부터 왔으며 자연
으로 돌아간다 내가 곧 자연이며 저 병들어가는 자연이 바
로 내 몸의 현재다 나를 부단히 쉬지 않는 강물로 흐르게
하는 일, 바람 부는 광야로 내모는 일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돌아간 이가 여기 있다
2015년 9월 5일 '박남준 시인 등단 30주년 북콘서트'
- [중독자] 시집(2015) 에서
출처 : 박남준 詩人의 악양편지
글쓴이 : 청명한 가을(백미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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