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소소한 일상의 행복

하동댁 2016. 1. 16. 10:20

 

 

밤새 어르신들의 잠자리를 돌봐 드리고 이제는 교대자와 함께 어르신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  한 동료가 나를 불렀다.

"경희샘  잠깐 나좀 봐요 " "  왜요 ?  지금 바빠요  좀 있다가 갈께요 "   동료가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뒤로 한채 어르신들 식사수발에  바빴다.  식사수발을 해드리고  휴게실로 들어갔다.  " 왜불렸어 ? " " 응 이것  정선생님이 경희샘  드리라고 하네요 "  하면서 흰병에 담긴 무언가를 내게 전해주면서 하는말  " 정샘이  경희샘 기침 감기 심하다고 이것 달여 드시면 좋다고 하면서 놓고 갔어요 " " 어머나 .....     세상에 .....  "   " 고맙다고 전해줘요 "   " ................. "  한동안 말을 할수 없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생강, 모과, 무우, 유자 온갖 좋은 것들이 설탕과 버무려져  특이한 향를 가진 차가  투명한 유리병속에 한병  가득 담겨있다.   평소 별로 말이 없던 샘이였다.  남들은 그녀를 답답하다고 말하기도 했고  눈치가 없어서 같이 일하면 피곤하다고 한마디씩 하면서 그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샘들도 많았다.  나 역시 나보다 선배인 그녀를 어떤때는  답답하다고  다른샘에게 하소연 한적도 있고  같이 일을 했던 그 어느날은 내가 샘에게  마치 선배인양  " 샘 우리 같이 일할때는 서로 남도 배려해주기로 해요  너무 일을 많이 하시면 제가 잘 못쉬잔아요  샘이 너무 열심히 일을 하셔서 ...  "  하고 말하면서 그녀의 성실함과 근면성을 은근히 꼬집어 가면서  당신이 너무 일을 많이 하니까 쉬고 싶어도 못쉬고 같이 일을 해야 해요  하면서  짜증을 부리며 시건방을 떨었었다.   어쩌면 정석대로  메뉴얼대로 하는 그선생님이 가장 올곳게 잘하고 계시는 건데도  꾀를 부릴려고 함께 쉬어야 하니 그만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앙탈을 부린적도 있었다.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미울수도 있었을텐데 나의 기침 소리를  흘려듣지 않고  집에서 차를 준비해오신 선생님한테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인간은 감동하면서 살아야한다.  고작 이 한병의 차가 무슨 대수냐고 말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내게 이 한병의 따뜻한 차는 그녀의 사람됨됨이와 그녀의 온기까지 느끼게 해주고 있다.  주전자에 물을 붓고  팔팔끓여서 한잔 마신다. 입안으로 그녀의 훈기와 향기가  함께 목안으로 흘러들어간다.     고마워요  샘  책 한권이라도 사줘야겠다. 며칠전 장선생님이 내 사물함속에  다른샘들 모르게 몰래 넣어준 한라봉차와 함께   올겨울  내 작은방 컴옆에서 뜨거운 온기로 나의 목을 축여줄것이다.    " 이경희 너 잘살고 있어 .   괜찬게 사는거야  힘내  "    야간일 끝나고 이제부터 휴식이다.  가까운 카페에 신영복 교수님의 책 두권 들고가서 읽어야겠다.   교수님의 명복을 빌면서.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과  " 담론 "  다행이다 두권이 책이 내 서재에 꽃혀있어서 .....  오늘 내게 주어진 시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게 하기위해 가장 좋아하는일을 하러 간다.  

 

 

' 나의 하루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산화   (0) 2016.01.17
새벽 공기를 마시며   (0) 2016.01.17
어느 할아버지의 편지   (0) 2016.01.15
바오밥나무에서  (0) 2015.12.28
음악을 들으면서  (0) 201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