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스크랩] (행복에 관한 시) 내게 행복이 온다면...김현승 외

하동댁 2015. 4. 12. 23:33

 

 

 

 

 

 

 

 

 

내게 행복이 온다면...김현승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여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불행이 행복에게...정연복


가끔 너에게
딴지 걸어서 미안해

너의 밝은 얼굴
그늘지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사람들은 너만 좋아하고
나를 미워하지만

나도 이 세상에 태어나
내 할 일 하는 거란다

어둠이 있고서야
별이 빛날 수 있듯이

너를 돋보이게 하는 게
나의 진심이고 할 일인 거야

우리 서로 등돌리지 말고
가끔은 사이좋게 지내자

 

 

 

 

 

 

 

 

 

 

 

행복...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시인의 슬픔이 물씬 묻어나는 시다.

시인의 삶을 알고 나면 쉽게 쓴 것 같은 이 시 속에

얼마나 진한 시인의 슬픔이 깃들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시인은 “나는 세계에서 /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의 삶은 세계에서 가장 비극적이었다.

그저 간첩 혐의를 받고 있던 친구의 수첩에서 자신의 이름이 발견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는 자신의 인생이 산산이 짓밟히고 찢기어지는

고통을 당해야만 했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 생활의 걱정이 없고”라고 하지만

그의 삶은 지인들이 돈을 모아 찻집을 차려줄 만큼 가난했다.

“대학을 다녔으니 / 배움의 부족도 없고”라고 하지만

명문대를 나오고도 고문 후유증으로 제대로 실력 발휘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살았으니 얼마나 한이 맺혔겠는가?

특히 “아이가 없으니 /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라는 문장은

전기 고문으로 인해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된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오히려 강한 울분과 절교 같은 게 느껴진다.

 

 

시의 제목 「행복」이라는 단어 속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식의 행복 같은 건 이미 없다.

그럼에도 시인이 행복을 논하고 있는 것은

이 세상이라는 공간을 초월하여 우주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범죄와 파괴, 무질서로 가득한 이 지구도 우주에서 바라보면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또 하나의 별로 보인다고 한다.

시인은 무시무시한 지하실로 끌려가는 순간 이미 우주로 떠났던 것이며,

그런 점에서 그의 시들은 지구인이 아닌 우주인이 쓴 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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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가 있는 동네
글쓴이 : 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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