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보와 리뷰

침묵 삶을 바꾸다

하동댁 2014. 1. 18. 16:09

 

                                           

                                                  지은이 :  그래엄 터너    열대림 출판사 

 

" 입을 다물고 가슴이 말하게 하라. 그런 후에는 가슴을 닫고 신께서 말씀하게 하라 ."

1600년 전 이집트 사막에 세워진 성 마카라우스 수도원에선  '침묵' 이 가장 큰 수행이었다.  기독교의 한파인 이집트 콥트 기독교 수도사 130여명이 신을 만나기 위해 이 수도원에 들어왔다. 이들은 기도는 독백이 아니라, 침묵하면ㄴ서 신의 응답에 가슴으로 귀 기울이는 것이라고 믿는다. 수도원 근처 암자에도 온종일 침묵 수행하는 운둔자들이 살고있다.  도시에 살며 밥벌이하는 현대인들에게 침묵은 사치다.  티브이와 음악 소리부터 자동차, 지하철 소음까지 하루 24시간 일상을 파고든다.  이때문에 침묵은 뭔가 불편하고 무가치한 느낌까지 준다.  미국 성 프란체스코 수도회 리처드 로어 신부는 " 이 나라 사람들은 뭔가 똑똑한 말을 하고, 남을 절묘하게 깔아뭉개고, 무슨 말로든 그 순간순간을 채워야 스스로 의미 있는 사람인 것처럼 여긴다 " 고 말한다.
 이 책은 영국인 저널리스트가 침묵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을 찾아 세계 곳곳을  다닌 기록이다.  음악가와 배우, 수도자, 선 지도자와 심리치료사, 퀘이커 신자, 인도의 힌두교 성직자, 명상을 커리큘럼에 포함시킨 미국의 대학과  스코틀랜드 교도소에 살인죄로 수감된 죄수까지 등장한다.   러시아의 전설적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가 1960년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콘서트를 가졌다.   그의 첫 서구 진출 연주회였다.   프로그램은 리스트의 '비플랫 소나타' 무대로 걸어나온 리히터는 건반 앞에 약 3분정도 그냥 앉아 있었다.   자신은 물론 청중까지 완전히 준비된 후에야 시작하겠다는 리히터의 고집이었다.   음악가들은 침묵은 음표에 맞먹는 힘을 지니고 있고, 음표와 또같이 민감하고 섬세하게 연주돼야 한다고 믿는다.   영국 왕립음악학교 줄리언 제이컵슨 교수는 "음악에서 침묵은 절대적 생명력을 지닌다.  침묵은 반 음악이 아니라 음악적 담론의 핵심 " 이라고 말한다.

 

미국 켄터키의 트라피스트 수도원 겟세마네는 '칠층산' 작가인 수도사 토머스 머튼이 오랜 세월을 보낸 곳이다.  이곳의 제 1규율은 침묵이다.   " 이 길에서는 침묵하세요 "  " 이 정원에서는 대화 금지입니다 " 라는 문구가 곳곳에 걸려있다.  토머스키팅 신부는

" 침묵은 신을 온전히 경험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침묵은 다름아닌 신의 모국어이기 때문이다.   침묵은 신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침묵은 다름아닌 신의 모국어기 때문 " 이라고까지 말한다.   심리치료사들도 수도사 못잖게 침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침묵은 자신에게 귀를 기울일 대단히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침묵의 힘이 극적으로 발휘된 곳은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이 내전을 겪은 레바논이다.   기독교 진영에 속했던 변호사 라메즈 살라메는 1075년 레바논 내전 때 총을 들었지만, 이내 내려놨다.  대신 전쟁전에 함께 일했던 무슬림 동료변호사들과 모임을 시작했다.   2주에 한 번씩 열리는 이모임의 주요 순서는 " 신의 음성을 듣기 위한 시간 " 이라고 믿는 15- 20 분간 침묵이다.  정직, 결백, 이타, 사랑이라는 가치들에 비춰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다음엔 솔직하게 다양한 생각을 나눈다.   이 모임엔 목사, 무슬림 종교 지도자, 주교, 의회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내전 당시 기도교 진영의 정보국 고위간부였던 샤프타리와 스니파 무슬림 시장인 모히에딘 시함도 일원이다.   침묵의 시간을 통해 쌓아올린 신뢰는 서로 총을 겨눴던 두 사람을, 함께 미국 영행을 다녀올 만큼 친구로 만들었다.  개인의

삶을 바꾸고, 적대하는 진영을 화해시킨 침묵의 힘이 놀라울 뿐이다.        조선일보에서  김기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