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팀이라 생각하지 말고 한식구 처럼 지내요 "
얼마전 끝난 직장의 신 이라는 프로에서 장규직 팀장은 계약직 사원 정주리 한테 말했다.
" 예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나도 이월부터 계절 상품을 만드는 곳에 육개월 계약직으로 근무를 시작했고 벌써 육걔월이 다되어가고 있다.
칠월말이면 이 육개월 계약직 일이 끝난다.
이일이 끝나면 무슨 일을 할지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다만 생애 처음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해서 받을 생각을 하고있다.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딸생각을 하고 있고 컴퓨터 자격증과 운전면허증에도 도전을 할것이다.
물론 현재까지의 생각이 그렇다. 앞으로의 나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단지 계획만을 생각하고 있을뿐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보겠다는 생각인것이다.
내일일도 알수없는 상태에서 먼훗날의 일을 계획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오십년을 살아보니 이제야 안다.
"미스김씨 이래도 되는 겁니까 ? 모두가 참석하는 회식에 상사 허락 없이 회식에 빠져도 되는 겁니까 ? "
" 업무가 아니라 가족으로 참석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
" 피를 나눈 형제만이 가족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도 가족이 아닌가요 ? "
" 팀장님 저는 교회가 아니라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
미스김은 말했다.
교회가 아니라 회사를 다니고 있는 거라고 .....
육개월 동안 함께 심야 근무를 하면서 나는 지금 우리 동료들을 생각할때 난 정말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
아니면 그저 회사 의 직원에 불과한것인가 ?
" 회사가 단지 돈받은 것 만큼만 일하는 것이고 동료가 자기 옆자리에 앉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뜨네기 계약직 "
이라는 장규직 팀장의 말처럼 나역시 잠시 왔다 머물가 가는 그런 한순간의 계약직 사원에 불과한것은 아닌지 ......
그런 와중에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회사 동료들과 정이 들었다.
일하는 도중 나보다 나이 먹은 언니들과 함께 일을 할때에는 내일이 끝나면 박스 한개 라도 들어다 놓아주고
쓰레기 청소도 해준다. 물론 이제는 처음과는 달리 조금 일하는 속도가 붙어서 남을 도울수 있는 수준까지 와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내가 정말 이일을 할수 있을까 ? 혼자 기계를 보면서 혼자 일을 처리하는 것에 오래도록
익숙되어 있다가 라인 돌아가는 손이 빨라야 하는 일을 막상 접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가장 노련한 18년차 숙련공에서 나이 54에 가장 초보의 자리에서 가장 일못하는 사원이 된것이다
어느날 갑짜기 ..... 내가 원하거나 내가 생각했던 것이 아닌 현실이 내 눈앞에 전개되었었다.
답답하다고 한마디 하는 기존 사원들의 말한마디에 눈물이 나고 내가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수긍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보내야했다.
심야만을 하면서 저녁시간이면 갈등했다. " 출근을 하긴 해야 하는데 오늘은 또 무슨일이 일어날까 ? "
그래도 저녁 9시만 되면 나는 어김없이 가방을 맸다.
" 저한테 저번에 팀장님이 그러셨잖아요 한식구처럼 지내자고 했잔아요 "
" 누가 ? 우리가 ? 내가 너와 한식구 라고 ? 언니는 곧 잘릴테니까 다른 직장 알아봐 "
대형사고를 친 계약직 사원한테 장규직 팀장이 말했다.
나도 이젠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한다. 이일이 곧 끝난다.
삼개월 계약직 미스김의 드라마를 보면서 내 일하는 현장의 분위기와 너무도 흡사하여 즐겨보았던 그프로에서
나는 직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냉혹한지 알았다.
현재 우리회사는 다른 회사와 합병이 되었다. 그과정에서 열심히 일하던 우리 반장이 라인 타는 곳으로 일하라는
상사의 명령이 내려젔고 반장은 그날로 퇴사를 했다.
다른 회사의 젊은 주임이 우리의 여사원들을 통솔하는 자리에 우뚝섰다.
하루아침에 사직을 하게된 반장의 일을 보면서 사회라는 것이 얼마나 냉정한 곳인지 냉혹한 곳인지 절감했다.
회사는 이익을 추구한다 . 단한사람의 인원이라도 회사에 유리한 사원을 선택하는 것은 현실이다.
그런데도 왜 난 그일이 그토록 맘이 아프던지 .... 내일이 아닌데도 .....
입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뱁는 현실에 맘 한구석이 애잔했다.
하루도 못할것 같았던 그일도 이제는 일하면서 잡담도 주고 받고 남의 일도 조금씩 도와줄수 있는 여유가 생겼는데
이별을 해야 하는날이 다가와고 있다.
그동안 서먹서먹 하고 거리감 많던 동료들간의 관계도 많이 개선되었다.
동료의 권유로 산악회에 가입도 하였고 내가 주선하여 모임도 하나 결성했다. 6명이 한달에 한번씩 모이기로 했다
그모임에 나는 총무라는 직책도 맡았다. 이유는 내가 술을 못한다는 것 때문에 온갖 뒤치닥거리가 가능했기에 .....
살다보면 다 살아진다. 막막하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 처럼 느꺼지던 순간에도 그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햇살 가득 순풍이 불어오는 너럭 바위위에 앉아 지나온 세월을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견디는 거라고 .....
그저 주어진 대로 순응하면서 사는거다.
저녁 시간에 같이 저녁먹고 출근하자는 친구의 문자가 왔다.
나를 산악회로 인도한 맘 따뜻한 동료이다.
그녀가 있기에 그 힘든 시간 그래도 견딜수 있었다.
뭘 먹을까 ? 맛있는 저녁 오늘은 내가 사야지 ....
그리고 내글이 실린 소형 월간지 한권도 선물해야지 ......
오랜만에 글이라서 두서가 없다. 그래도 용기를 가지고 써야지
너무 오래도록 글을 쓰지 못해 예전처럼 그렇게 술술 풀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기운내자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난 항상 내가 처한 현실에 도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살 달래면서 타협하고 산다.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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