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보와 리뷰

신예작가 한지수님의 "자정의 결혼식 "

하동댁 2010. 12. 9. 05:36

책제목 : 자정의 결혼식 

지은이 :  한지수 

출판사 : 열림원 

 

이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선뜻 독후감을 쓸수가 없었다.

자기 계발서 와 경제 , 경영, 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 난 그저 느낀대로 솔직하게 나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독후감을 쓰곤 했다 .

마지막 장을 덮음과 동시에  독후감을 쓰곤 했는데 이책만은 도저히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많은 시간 잘 돌아가지 않는 대글박으로 고민을 해야만 했다.

이유가 뭘까 ?    왜 독후감을 쓸수 없을까 ?

느낌이 하나도 없었나 ?   감동이 손톱만큼도 없었나 ?

아니다 .   어쩜 그 정반대 였는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속을 하얗게 만든것이다 .

일단 이책은 기존에 내가 읽었던 소설책하고는  여러가지로 달랐다.

신선한 충격이다.

 

 이 책은 총 7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책이다.

저자는 2006년 문화사상 신인문학상 단편소설 부문에서 《천사와 미모사》가 당선되면서

서서히 문단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의 장기를 의인화하기도 하고  성의 정체성을 주제로 삼기도 하고

여러가지 면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 작품이다 .

항상 시시껄렁한 사랑이야기를 주제로한 소설책을 보다가  이책의 내용들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있다.

 

책을 보면서 몇번을 내 몸의 곳곳이 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의 삶의 모습들을 보면서 ....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소설이 사람의 풍경을 들여다보는 하난의 창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인생이 있듯 어쩔 수 없이 이런 저런 소설이 있을 것이다 .

소설은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 는  규정이 있다면 인생 또한 그런 규정안에

가두는 것은 아닐까  마치 세상의 창문은 모조리 직사각형 이어야 한다는 견해와 다르지 않을수도 있다.

타원이나 원뿔 혹은 별 모양이나 심장 모양의 창문은 어떤가 ,  깨어저 금이간 창문으로  세상을 보는 일도

필요한 일이다 " 

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런 저런 인생을  특히 소외되고 환영받지 못하고 감히 생각도 못했던 인생의 한 모습을

신예작가의 참신한 눈을 통해 글의 소재로 대접을 받고  소설로서 완성된 것이다 .

 

<<미란다의 원칙 >>  에서는 다운증후군에 걸린 복지관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이런말이 나온다. 

"21번 염색체가 우리보다 한 개 많아서요  그래서 모두들 웃고 있잖아요 " 

이문장을 보는 순간  난 머리에 섬광 같은 것이 지나쳤다.

그렇다 우리가 저런사람들은 모두 모자라는 사람들이라고  흔히 말했다.

그런데  넘쳐서 염색체 수가 많아서 저렇게 해맑게 웃을수도 있다는 작가의 말에 난 많은 공감을 했다.

맞어 그럴것이다 .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넘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꼽의기원 >>  자궁암에 걸린 자궁이 풀어내는 이야기 이다 .

첨엔 정말로 놀랬다 .   갑짜기 자궁이  화자가 되어 소설이 시작되었는데  읽는내내 난 내 몸의 장기가

내게 말을 하는것 처럼 들렸다. 

섬찟하기도 하고 소름이 솟기도 하고 ...

아 이런 소설 정말 첨이야 하는 말을 수없이 맘속으로 되뇌이면서 ... 

자궁암에 걸린 사람이 자궁을 들어내고  몸에 방부 처리를 하면서 이십년을 사는것과

이대로 일이년을 사람는것이 과연 어떤차이나고 묻는 글과

설렁 이개월을 산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십년보다 휠씬 빛나다는 글앞에서는 한참을 생각했다

나라면 정말 나라면  자궁암을 걸려 자궁을 제거해야 한다면 난 과연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 ?

"예쁘지도 않고 사철 발 벗은 그 아무렇치도 않은 아내 " 가 되고 싶었던 소설속의 주인 처럼

아내란 말에 심장의 맥박이 빨라짐을 감지했다.

 

한지수 작가의 첫소설집인데

발상도 특이하고 글을 풀어내는 솜씨 또한  매끄럽다.

예쁘고 상큼한 사진의 모습처럼 그녀의 글에서도 그런 톡톡튀는 상쾌함이 묻어난다.

앞으로 대성할 작가님이 되실것 같다 .

그녀의 다른 소설집도 볼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