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얼굴 반찬 - 공광규

하동댁 2021. 8. 1. 04:23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입 반찬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서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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