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라면을 먹다
모처럼 만에 입은 흰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치 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김치 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보면 김치국물이 다
가슴을 들여다보게 하는구나
오만하게 곧추선 머리를
푹 숙이게 하는 구나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치 국물 한 두방울 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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