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바닷가에 대하여 ㅡ 정호승

하동댁 2020. 7. 4. 13:53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땨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깨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기 둑 위에서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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