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목백일홍 - 도종환

하동댁 2019. 10. 16. 07:29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그렇게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드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게 아니어

가면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게 아니다

수없이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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