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등산 중봉가는길에 소나무 ]
만다라를 읽다가
설해목이라는 단어 하나를 만납니다
雪害木이라 써야 할지 雪邂木이라 써야 할지
잠시 망설여도 보지만
난 금세 그것들에는 흥미를 잃습니다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이겠지요
내가 사는 강변에서
당신이 사는 그곳까지
눈은 순은의 길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핍진한 영혼들의 그늘 위에
펑펑 하늘의 말씀이 쌓이고
더러는 화석처럼
잊혀진 옛 기억의 꽃무늬를
들판 곳곳에 새기기도 할 것입니다
진눈깨비 몰아치는 닷새 장터에서
장국밥에 소주 한 병 말아 치우는
한 사내의 가슴팍을 서럽게 하기도 하고
그 사내의 깎인 머리와 바랑 위에
한줌의 따뜻한 솜을 얹어놓기도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눈 내리는 날이면
내 마음의 설해목 숲 끝 어딘가에
등불 하나 밝혀져 있을 것입니다
항아리 속 촛불처럼
은은하게 타오르는 한 나라가 있을 것입니다.
출처: 곽재구 시집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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