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12월의 기도 - 목필균 -

하동댁 2017. 12. 15. 12:35

 

 

12월의 기도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목필균  시인 출생: 1954

시집 : 거울 보기(1998), 꽃의 결별(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