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환절기 - 임영조

하동댁 2017. 9. 21. 20:53








환절기



                   임영조




밖에는 지금

건조한 바람이 불고

젖은 빨래가 소문 없이 말랐다

생나무가 마르고 산이 마르고

도시의 관절이 삐걱거렸다


사람들은 늘 갈증이 심해

내뱉는 말끝마다 먼지가 났다

가슴이 마르니까 눈만 커진 채

안부를 물어도 딴전이나 부리며

저마다 귀를 빨리 닫았다


저 멀리 좌정한 산이

어깨를 들썩이며 기침을 하자

온 마을엔 별의별 풍문이 나돌고

긴장한  나무들은  손을  들고 떨었다



세상은 이제

누군가 불만  댕기면

활활 타버릴  인화성 물질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날은

단 한 방울 눈물도 보이지 말고

자나 깨나 불조심

오나 가나 입조심

어쨌거나 요즘은 환절기니까



           시집 - 갈대는 배후가 없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