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시를 읽는다 - 박완서

하동댁 2016. 3. 9. 22:08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때

시의 가시에 찔러 정신이 번쩍하고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지는걸 되풀이 해서 

봐온 횟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