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여행 )

구례 벚꽃길을 걸으며

하동댁 2021. 3. 27. 16:13

 오후부터 봄비가 온다는 예보가 나왔다 

왜 자꾸 주말에 비가 오는 거지 

비가 오면 저 여리디 여린 벚꽃들이 모두 바람에 떨어져 

질텐데 ...  그전에  작년에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걸어 보고 싶은데 ... 

그놈의 코로나 땜시 누군가에게  가보자는 부탁을 먼저 할수가 없다 

왕언니처럼  먼저 내게  꽃구경 가자고 말하면 모르지만 .... 

그렇게 끙끙거리고 있던 찰라  사랑하는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 언니 나 오늘  쉬는데 언니랑 꽃구경 가고 싶어요 " 

" 그래 ~~~~~  그럼 가야지  나도 걸어보고 싶은 곳이 있어 " 

" 지금 가서 보면 알겠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 

"사람도 많이 안다니고 차도 잘 다니지 않는곳   하지만 그 어떤 벚꽃길보다 더 아름다운곳  내가 

그곳으로 안내 할께 "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니 좀 일찍 출발해서 벚꽃을 보고 오자 " 

그렇게 동생과 나 행둘회장 셋이서  구례로 향했다 

집에서 한시간 10분이면 갈수 있는 곳이다 

해마다 내가 그길을 알고나서 부터 난 동료들과 함께 길을 걸었었다 

작년에 동료들이 말했었다 

" 경희샘 우리 해마다 이곳을 와요  넘 좋아요 " 

그런길을 올해는 사랑하는 동생과 함께 걸었다 

약간의 훈풍에 벚꽃이 날린다 

꽃비가 되어 우리의 발앞에 사뿐 사뿐 내려앉는다  

" 너도 내가 오니까 좋으니 ?  나도 너가 좋다 " 

코로나  걱정 안해도 되는곳 

벚꽃 아래에는 초록의 나물들  이름이 뭐더라 생각이 갑짜기 

나질 않는다 .  봄에 나물로도 먹을수 있는데 ... 

애궁 나중에 생각하자 ...

이제 생각이 났다  원추리다 . 

초록의 싱그러움과 하얀 벚꽃들이 뭉실뭉실  하늘의 구름처럼 

피어난곳  난 오늘 이곳에서 충전을 한다 

" 오늘 같은 날은 꼭  범준이의 벚꽃 엔딩을 들어야해 " 

그리곤 커다랗게 벚꽃 엔딩의 노래를 따라부른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거리를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일이 

울려 펴질 이거리를 둘이 걸어요   

사랑하는 동생과 손을 잡고 걷는다 

꽃비를 맞으며 ....

사는것이 별거든가  오늘 하루 즐겁게 살면되는거지 

그 오늘 하루 하루가 모여 내 인생의 거대한 물결이 되는거지 ... 

 

 

 

이곳은 소먹이를 기르는곳 

난 이런 초록이 참좋다 

오늘도 이곳엔 사람이 없다

간혹 보이는 몇몇의 사람은 동네 주민들이다 

 

 

 

 

심드렁한 시설물이 내눈에는 

멋진 의자로 보인다. 

가운데는 팔걸이로 .... 

동생아 이리로 와 우리 같이  쉬었다 가자 

 

 

 

구례 참 아름다운 고장이다 

이른봄에는 산수유가 피더니 

지려고 하면 벚꽃 대궐이다 

나도 가실 언니 처럼  이곳으로 이사하고 싶다 

박남준 시인의 봄날은 갔다 시의 한구절이 생각난다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은 또 저렇게 피고 지랄이야 

이 환한 봄날이 못 견디겠다고 

환장하겠다고 

아내에게 아이들에게도  버림받고 홀로 사는 

한사내가 햇살 속에 주저앉아 중얼거린다 

십리 벚꽃길 이라던가 지리산 화개 골짜기  쌍계사 가는길 

벚꽃이 피어 꽃 사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나는 꽃들 

먼저 왔으니 먼저 가는가 

이승을 건넌 꽃들이 바람에 나풀 날린다 

꽃대궐이라더니 

뭐야 꽃비는 오고 지랄이야 

사람들과 뽕짝거리며 출렁이는 관광버스와

쩔그럭 짤그락 엿장수와 추억의 뻥튀기와 뻔데기와

동주와 실연처럼 쓰디쓴 

숨에 병나발의 빈소주병과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그래 그래 저렇게 꽃구경을 하겠다고

간밤을 설렜을 것이다 f

 

새벽차는 달렸을 것이다

연두빛 왕버드나무 머리 감는 섬진강가 잔물결마저 

눈부시구나 

 

 

언젠가 이 강가에 나와 하염없던  날이 있었다 

흰빛과 분홍과 붉고 노란 봄날 

잔인하구나 

 

누가 나를 부르기는 하는 것이냐 

박남준 시집 - 그아저씨네  간이 휴게실아래  중에서 

 

 

 

 

 

 

 

 

 

 

 

 

 

 

 

군데 군데 복숭아꽃이 피어 

더욱더 황홀하다 

 

 

이길 한쪽에 쭈구리고 앉아서 

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잔을 마셨다 

이봄을 위해 축배의 잔을 높이 들고 ..... 

이제부터 봄날인 나의 인생을 위해서도 축배를 들고 ... 

내가 잔을 들어 올리니 동생이 한장 칼칵 

 

 

 

 

 

 

 

언니 우리 좀 유치 한것 같어 

둉생아 사진은 원래 유치한 거란다 

글고 유치하면 좀 어때 ? 

너랑 나랑 오늘이 최고로 젊고 가장 아름다운 날이여 .... 

내일은 더 늙고 추해져  ... 

오늘을 즐기면서 살자 .....

 

 

 

 

 

 

 

 

 

 

 

 

 

 

 

 

벚나무 아래 저 초록은 원추리 꽃이다 

이꽃이 피면 얼마나  이쁠까  상상만 해본다  

주인을 잘만난 개두마리가  목줄도 없이  잘간다 

둑방아래에서 밭농사를 지으시는 동네주민이시다

 

 

야간 근무 들어가기전 오전 시간을 이렇게 보냈다 

점심은 각자 집에서 해결하고 ... 

집에오는길  예보처럼 봄비가 온다 

이젠 비가 와도  좋다   벚꽃도 보았고 

그길을 걸어도 보았고 

마음껏  충전도 했으니  이젠  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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