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자본주의 세상 - 안지우

하동댁 2021. 3. 7. 23:32

오뉴월  볕에 누가 물을 부었나 

처음에는 찬물이었을게다 

시간이 지나 뜨뜻한 물이 되었겠지 

사방이 꽉 막힌 콩밭에 

푹푹 찌는 구슬땀이 비처럼 흥건하다 

가슴 졸이며 살던 순한 꽃이 

지금보다  더한 뜰에 옹삭함이 그득하다 

잔 가지가 자신 만이냐고 울부짖던 어린 

사자는 아직도 털이 성난 양털이다 

엉킨 양털을 다듬어 볼까 하다가 

지켜보기로 했다 

아, 자본주의 뜰이 날이 갈수록 

확확  줄어들고, 늘어난 뜰이 

양털 주인 앞에 공손하다 

공연히 빛을 보러 간 꽃망울엔 

가슴까지 서리만 맞았다 

잘 지내거라, 미안하다

내 태양엑게 괜스레 된서리로 

꽃 모가지 꺾어진 

아주 선한 이가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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