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봄, 한낮 - 박규리 -

하동댁 2021. 3. 2. 15:35

차자향 흐드러진 계단 아래 반달이랑 앉아 

하염없이 마을만 내려다본다 

몇 달 후면  철거될 심여호 외정 마을 

오늘은 홀로 사는 누구의 칠순잔친가 

이장집 스피커로 들려오는 

홏탁에 술 넘어가는 소리 

소리는 계곡을 따라 산으로 오르지만 

보지 않아도 보이고 

들지 않아도 들리는 

그리운  것들은 다 산 아래 있어서 

마음은 아래로만 흐른다 

도대체 누구 가슴에 스며들려고 

저바람은 속절없이 산을 타고  오르느냐 

마을 개 짖는 소린에 

반달이는 몸을 꼬며 안달을 하는데 

나는 어는 착한  사람을 떠나 흐르고 흐르다가 

지비집 같은 산중턱에 홀로 맺혀 있는가 

곡진한 유행가  가락에 귀 쫑긋 세운 채 

반달이보다 내가 더 길게 목을 뽑아 늘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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