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자향 흐드러진 계단 아래 반달이랑 앉아
하염없이 마을만 내려다본다
몇 달 후면 철거될 심여호 외정 마을
오늘은 홀로 사는 누구의 칠순잔친가
이장집 스피커로 들려오는
홏탁에 술 넘어가는 소리
소리는 계곡을 따라 산으로 오르지만
보지 않아도 보이고
들지 않아도 들리는
그리운 것들은 다 산 아래 있어서
마음은 아래로만 흐른다
도대체 누구 가슴에 스며들려고
저바람은 속절없이 산을 타고 오르느냐
마을 개 짖는 소린에
반달이는 몸을 꼬며 안달을 하는데
나는 어는 착한 사람을 떠나 흐르고 흐르다가
지비집 같은 산중턱에 홀로 맺혀 있는가
곡진한 유행가 가락에 귀 쫑긋 세운 채
반달이보다 내가 더 길게 목을 뽑아 늘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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