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어쩌다 시인이 되어 - 이기철

하동댁 2020. 12. 6. 17:28

내 어쩌다 시인이 되어

이 세상길 혼자 걸어가네

내 가진 것 시인이라는 이름밖엔 아무것도 없어도

내 하늘과 땅 구름과 시내 가진 것만으로도 넉넉한 마음이 되어

혼자라도 여럿인 듯  부유한 마음으로 이 세상길  걸어가네

어쩌다 떨어지는  나뭇잎 발길에라도 스치면

그것만으로도 기쁨이라 여기며

냇물이 전하는 마음 알아들을 수 있으면 더없는 은총이라 생각하며

잠시라도 꽃의 마음,  나무의 마음에 가까이 가리라

나를 채찍질 하며

남들은 가위 들어 마음의 가지를 잘라낸다 하지만

나는 풀싹처럼 그것들을  보듬으며 가네

내 욕망의 강철이 부드러운 새움이 될 때까지

나는 내 체온으로 그것을 다듬고 데우며 가네

내 어쩌다 시인이 되어

사람과 짐승, 나무와 풀들에 눈맞추며

맨발이라도 아르지 않게 이 세상길 혼자 걸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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