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랭이 마을에서
앵강다숲길로 접어들 때
너는 말했지
필사란 누군가를 마음에 새겨 넣는 일
그 속으로 가장 깊이 들어가는 것
일흔 괴테와 열아홉의 울리케가 밤마다
먼 입맞춤을 봉인하던 마리엔바트의 비가처럼
나도 몸속 나이테 깊이 너를 새겨 넣을 수 있다면,
책갈피 넘길 때마다 한 소절씩
네 속에 빗살무늬 노래를 그려 넣을 수 있다면,
해변의 나무들이 일제히 몸을 뉘일 때
그 쪽으로 고개 돌리는 네 흰 목덜미
그 눈부신 압보를 받아 적을 수 있다면,
층층계단 다랭이논길 따라
앵강만 달빛이 흥건하게 우릴 적시던
그날 밤의 긴 여로처럼
너를 새기다
바래길 연가 앵강다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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