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놓치다 , 봄날 - 이은규

하동댁 2020. 4. 28. 23:00






저만치 나비 난다

귓바퀴에 봄을 환기시키는 운율로


흰날개에

왜 기생나비라는 이름이 주어졌을까

색기 없는 나비는 살아서 죽은 나비

모든 색을 날려 보낸 날개가 푸르게 희다

잡힐 듯 잡힐 듯,  읽히지 않는  나비의 문장 위로

먼 곳의 네 전언이 거기 그렇게 일렁인다

앵초꽃이 앵초앵초 배후로 환하다

바람이 수놓은 습기에

흰 피가 흐르는 나비 날개가 젖는다

젖은 날개의 수면에 햇살처럼 비치는 네 얼굴

살아서 죽은 날들이 잠시 잊힌다


봄날 나비를 쫒는 일이란

내 기다림의 일처럼 네가 닿는 순간  꿈이다


꿈보다 좋은 생시가 기억으로 남는 순간

그 시간은  살아서  죽은 나날들

바람이 앵초 꽃잎에 앉아 

찰랑, 허공을 깨뜨린다

기록되지 않을 나비의 문장에 오래 귀

기울인다

꼭  한 뻠씩 손을 벗어나는 나비처럼

꼭 한 뻠이 모자라 닿지 못하는 곳에 네가 있다


어느날  저 나비가

허공 무덤으로 스밀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봄날, 기다리는 안부는 언제나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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