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약이 많아지는 나이,
삶이 두려워지는 사람들을 위한
한 의사의 사려 깊은 처방전
달력에 얽매인 자화상을 버리다
생일이 다가오거나,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겨야 하는 시기가 오면 우리는 새삼 ‘나이’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시간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흘러 절대로 닥치지 않을 것 같았던 서른으로, 마흔으로, 쉰으로 우리를 성큼성큼 데려다준다. 늘어가는 주름살, 처지는 뱃살, 감퇴하는 기억력 등에 대한 자각은 우리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 때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덕분에 거울을 바라보던 우리는 “뭘 하다 이 나이가 되었나”라며 한숨짓게 된다.
그러나『사람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에서 눌랜드 박사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59세의 마지막 아침은 60세에 맞는 첫 번째 아침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달력에 따른 자화상에 얽매어 자신을 주관적으로 지각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얼마나 늙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도리어 자기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개성을 가진 개인으로 살 수 있으며, 사고의 경직성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세월을 잘 조율한 그들의 아름다운 노년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How We Die)』에서 죽음의 다양한 모습에 관한 고찰을 통해 우리가 죽음 앞에서 가져야 할 참된 희망이 무엇인지 이야기했던 셔윈 B. 눌랜드는 『사람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를 통해 나이 든다는 것의 의미와 지혜롭게 나이 들기 위해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성찰한다.
우리는 나이 들고 늙는 일을 병적 상태로 간주하고 두려움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나이 든다는 것은 병이 아니며, 발달의 한 과정일 뿐이다. 늙음은 오히려 우리의 마음뿐만 아니라 몸의 에너지에 집중할 수 있게 하여, 창의성, 인식, 영적인 성숙의 면에서 우리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어준다. 따라서 나이 드는 기술을 잘 연습한 사람들에게 늙음은 놀라운 만족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99세까지 건강한 삶을 살며 의사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세계적인 외과의 마이클 드베이키, 뇌졸중을 극복하고 배우로서의 삶을 계속 살아온 여배우 퍼트리샤 닐, 73세에 자살을 생각하다 저자의 펜팔 친구가 되고 열정적인 삶을 살게 된 루비 채터지, 두 번의 암 투병과 남편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행복한 삶을 누리는 미리엄 개블러, 자신의 병력과 아내의 치매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활동적인 삶을 영위하는 학자 아서 갤스턴 등 유명한 인물들로부터 평범한 친구들의 삶에 이르기까지 그는 다양한 노년의 삶을 그려가며, ‘나이 듦’이라는 경험이 보이는 놀라운 변이성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깊이 있는 개인적 관계를 갖는 것, 커리어가 정체성을 정의하지 않음을 깨닫는 것, 아직 이루지 못한 몇몇 목표를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 지혜와 평정심과 배려를 갖고자 노력하는 것, 신앙과 내적 강인함을 갖는 것, 육체의 한계를 받아들이되 활력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 등이 나이를 잘 먹는 비법임을 밝힌다.
이 책이 나이 듦을 다루는 여느 책들과 특히 차별되는 점은, 저자가 말하는 잘 늙는 비법이 신체적·경제적 무장이라기보다 정신적인 무장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젊어서부터 차근차근 재정적 계획을 세워 퇴직 후에 경제적 곤궁을 겪지 않도록 대비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성공적인 나이 듦의 기술이란, 젊어서부터 심리적으로 노화를 받아들이고 지혜를 축적해 노년이라는 고령의 세월에 다다라 그 꽃을 활짝 피우도록 단련하는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지혜를 차곡차곡 쌓으면 나이 든 세월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하고 축복받는 인생을 위하여
저자는 책 속에서 인간의 영생을 꿈꾸며 이를 실현시키려는 과학자 오브리 드 그레이와의 만남에 한 장을 할애한다. 그리고 젊은 육체로 수백 년을 살고자 하는 욕망이 도리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가를 그려내며, 우리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무작정 젊음을 좇는 부질없는 노력이 아니라, 우리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대치로 행복하고 보상받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미래는 현재이므로, 열정적으로 오늘 하루를 살라. 우리의 할 일은 오늘 하루만 생각하고 사는 것이다.” ‘TED TALK’를 통해 자신이 오랜 우울증의 늪에서 전기 충격 요법을 거쳐 치료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고백한 바 있는 저자는 외과의사로서 객관적으로 나이 듦이라는 현상을 해부하는 한편, 영혼을 이해하는 인도주의자로서 끊임없이 우리가 나아갈 길을 처방해준다. 그 때문에 일흔을 훌쩍 넘긴 이 인생 선배가 노년이라는 세월이 꽤 괜찮은 인생의 절정기라고 이야기하는 데에는 솔직함과 듬직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이 책은 결국 치유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미 노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독자들은 이 책과 함께 지혜가 만개하는 노년을 멋지게 즐길 수 있을 것이고, 노화가 코앞까지 찾아온 독자들은 치유의 손길을 느끼고 나이를 잘 먹는 기술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직 어린 독자가 이 책을 꺼내든다면, 다채로운 삶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자신의 생을 길고 넓게 계획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 역자 . 감수 소개
셔윈 B. 눌랜드(Sherwin B. Nuland)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인 셔윈 B. 눌랜드는『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How We Die)』로 그해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주는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을 수상했으며, 같은 작품으로 퓰리처상과 미국비평가협회상의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닥터스 : 의학의 일대기』, Lost in America, The Doctors’ Plague, Leonardo da Vinci가 있으며, 현재 가족과 함께 코네티컷에 거주하고 있다.
옮긴이 _ 김미정
서울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한세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를 위해 산다는 것』, 『초콜릿 러버스 클럽』, 『서른 살의 여자를 옹호함』, 『내추럴』, 『여자, 회사를 사로잡다』, 『인생의 스위치를 다시 켜라』 등이 있다.
감수 _ 임기영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장 겸 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소외되지 않는 삶을 위하여』외 다수가 있다.
■ 나이 듦의 기술에 쏟아진 언론 및 독자의 찬사
나는 이 책에서 치유의 손길을 발견했다. - 스터즈 터클 (『선한 전쟁(The Good War)』의 저자)
이 책에는 모든 사람을 위한 배려가 담겨 있다.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_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
이 책은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교과서이다. _『라이브러리 저널』
눌랜드 박사는 조화롭고, 인간적이며, 실재적인 나이 듦의 기술들을 제시한다. _「아마존닷컴」 독자 서평 중에서
현명하게 나이 들기 위해 몸과 마음과 영혼을 재정비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_「아마존닷컴」 독자 서평 중에서
가슴 속에 젊음을 간직한 사람들이 젊은이보다 다른 이들과 나눌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책.
_「아마존닷컴」 독자 서평 중에서
■차례
1. 지하철에서 생긴 일 | 나이 듦을 자각하다 - 11
2. 몸과 마음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 나이 듦에 관한 고찰 - 29
3. 백수白壽를 누린 마이클 드베이키 | 99세까지 활기찬 삶을 산다는 것 - 71
4.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 긍정적인 삶의 자세 - 99
5. 병마를 이겨낸 세 사람 |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다 - 131
6. 편지로 쌓은 우정 | 자살의 유혹을 떨쳐내다 - 161
7. 수명을 수백 년으로 늘인다는 것 | 영생불사는 가치 있는 일인가 - 203
8. 젊음의 샘물을 마시다 | 노년을 평화롭게 해주는 몸 수행법 - 241
9. 지혜, 평정심, 배려 | 노년을 평화롭게 해주는 마음 수행법 - 275
10.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피날레 | 나이 듦은 축복이다 - 301
감사의 말 - 313
옮긴이의 말 - 317
■책 속으로
만일 우리에게 시간의 흐름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면, 인생은 어찌 될 것인가? 자신이 얼마나 늙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우리는 자신을 얼마나 나이가 먹었다고 생각하게 될까? 만일 자신의 나이를 알지 못한다면, 나이에 맞게 행동하는 것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일괄적인 흥미와 일괄적인 능력을 가진 일괄적인 집단 속에 스스로를 분류하는 것도 더 이상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자기의 본연에 충실하게 될 것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무수한 개성을 가진 개인으로 살 것이다. 경직성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_ 24쪽
“심장마비에 걸린 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아, 이제 두 번의 큰 고비를 겪었고, 죽음이 조금 더 현실로 다가왔다. 난 내가 그 일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며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 다시 말하자면,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계획하는 데 좀 더 요령이 생긴 거죠. 두 번의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겪은 후 72세가 되자,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다시 평가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전 이렇게 생각했죠. ‘난 아직도 활기차고 야심찬 과학자이자, 교사이며, 학자이다. 내게 일어난 이런 일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가는 길에 있는 사소한 장애물일 뿐이다. 난 내가 이것들을 극복할 수 있음을 알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극복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이렇게 느끼고 있어요.” _ 155쪽
“내 삶은 나 혼자만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나와 정서적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서신 교환은 내가 늙고 병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남에게 뭔가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게끔 해주었습니다. 그저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삶을 가치 있게 만들지요. 마음과 두뇌가 아직은 제 기능을 할 때 우리는 사랑과 믿음으로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기쁨을 줄 수 있어요.” _ 194쪽
‘절대로 절망이라는 사치를 스스로에게 허용하지 말라.’ 물론 모든 걸 포기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비관주의에 굴복하는 것은 쉬운 길이기에, 어두운 구름이 다가올 때면 계속 정진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대담한 심장 또한 이에 휩쓸려기 십상이다. 그러나 루비도 동의하는 것처럼, 늙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늙어간다는 사실 자체보다 더 나쁘다. 선택이 한정되었다고 결론을 내리기 전에, 그저 할 수 없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_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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