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무등산 (19 - 29)

하동댁 2019. 5. 21. 16:28

오프인날 전날부터 내린비가

일요일 아침도 부슬부슬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무등산 백마고지의

낙타봉이  보고싶었다

낙타봉의 암벽에

백마고지의 그 긴 능선에 피어있을 철죽이 보고싶었다

아침 7시 버스를 타고 싶었으나

도시락을 준비하느라고 시간이 좀늦었다

익산에서 7시 50분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50분 열심히 달리던 버스가 갑짜기 멈추었다

기계고장이라고 한다  25분 기계수리를 한다고 버스기사가

겉옷을 벗고 런닝 셔츠 바람으로 버스를 고친다고 고생한 끝에

다시 버스는 달리게 되었다.

애구 사전 정비는 필수이건만  애궂은 25분만 ...

불행중 다행이다  그래도 이정도의 시간에서 다시 달릴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

9시 40분이 되어서 광주 터미날에 도착했다

원효사 들어가는 버스가   10시 도착했다

오늘은 원효사에서 무등산 옛길 코스를 따라서

서석대에 오르고  장불제로 내려온후  백마능선을 타고

낙타봉으로  갈계획이였으나

항상 산행은 나의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더욱더 날씨가 영 도움을 안준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눈앞에 운무는 잔뜩 끼고 ....

그럼에도  난 이 곳  무등산이 넘 좋다

친정엄마가 살았던 광주의 산이기에 더욱더 좋은것도 사실이다

오늘 내가 걷는 이곳 무등산 옛길은 광주 도심에서

원효사를 거쳐 서석대까지 옛사람들이 오르던 길을 복원한 길이다

무등산 옛길은 현재까지 총 3 구간이 만들어 졌다

1구간은 광주 도심과 무등산 산행을 시작하는 원효사를 잇는다

2구간은 원효사에서 서석대에 오르는 등산로  3 구간은 광주 도심에서

충장사를 거쳐 담양으로 이어진다

나는 오늘 2 구간을 거쳐 서석대에 오른후

서석대에서 목교로 내려와 장불제로 가고

그곳에서 낙타봉을 갈 생각이였으나 세찬 바람과 비로

계획을 수정하고 장불재에서 중머리재로 내려와

증심사로 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원효사 입구

내가 타고온 버스가 정차중이다

이곳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1187번 무등산 천왕봉의 높이가 이곳 원효사

들어오는 버스의 번호와 같다

아침 시간에는 날씨가 좋았다

목에 머플러를 맨다

머플러를 맨다는 것은 산행을 시작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오늘은 붉은색  제주도에서 산 머플러를 맸다







무등산 옛길 이제 산행 시작이다

서석대까지 4키로를 올라가야 한다

천천히 가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사진도  찍고  야생화들과 눈맞춤도 하고 ....

이길은 계속 오르는 길만을 허락한다

자연훼손을 최소화해 놓은 좁은 길을 오르는 이들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방해하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라고 한다

자연을 정복하기 위해 오르는 길이 아니라

자연에 귀 기울이고  나무와 속삭이고

나를 기다려준  야생화들과 눈맞춤 하면서 걷는 길이다

계속 오르막이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는다

사부작 사부작 천천히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바람의 미동도 느끼고   커피 한잔 마시면서 그렇게

걷는다,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

비가와서  초록의 색이 더욱더 선명하다








옛선조들이 땔감이나 숯을 구워 나르던 산중길을

내가 걷는다  옛조상들의 무수한 발걸음위로 

나의 발힘도 보태어진다

길위로 내가 사뿐사뿐 걷는다

군수부대가  물품을 나르던 모습도

머리속에서 떠올려본다 



충장공 김덕령 장군이 임진왜란을 위해  무기를준비했던 주검동

유적지를 지나간다

상상해본다 무기를 만들던 선조들의 모습을 ...

저곳에서 오밀조밀 모여있던 옛우리의 선조들 ...







마치 원시림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다

오감을 열고 걸어야 한다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만을 들으면서

숨소리를 죽여가며 마음으로 오르는 길이다

청아한 새소리에 귀를 쫑긋세운다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짧은 자연의 연주곡이다






고추나무









쥐오줌풀

쥐오줌 냄새가 난다해서 쥐오줌풀이다






미나리냉이

잎은 미나리를 닮았고

꽃은 냉이를 닮아서 이름이 미나리냉이다 .

넘 재미있는 꽃이름이다






붉은병꽃나무




이제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이 열리는 곳이다





간간이 철죽이 보인다 

비를 맞아 더욱더 고혹적이다 

 내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지지않고 기다려준 철죽이 고맙다



인천에서온 오뚜기 산악회 회원님들



드디어 목교에 도착

이곳에서 서석대 까지는  500미터








한폭의 수묵화같다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이 장면만 보았어도 오늘 산행은 대만족이다



비가 안왔으면 더 좋으련만

그럼에도 난 좋다  이렇게 기다려준 철죽의

모습에서 힘들게 올라운 것을 보상받는다

너 참 이쁘다

비를 맞은 모습이 더 선명하다



여기서는 요렇게 포즈를 취해보세요

넘 뚱뚱하면 안되요

이곳에 들어갈 정도로만  살을

찌우세요  ㅎㅎㅎ


작년사진  좀더 날씬했었던가 !!



혼자  와서 사진 찍을때의 모습



작은애와 왔을때 같은 장소에서







28번부터 무등산 옛길  2 코스가 시작되어

40번에서 마지막 이정표가 세워져있다





서석대에 올라서니

단한명의 사람도 허락하지 않겠다는듯이

어서 내려가라고

비바람이 세차게 분다

이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느긋하게 음악도  듣고 하산하려 계획을 세웠으나

모든것을 포기하고 내려와야했다

지금 이정도도 좋다

그저 마냥 좋다

싱그러운 풀잎들의 파티에 초대도 되고

반짝거리는 풀이슬도 보고

운무가 보여주는  몽환적인 모습도 좋다







목교로 내려오면서 만난  피나물





서석대에서 내려와 잠시 비바람이 멈춘순간

나만이 오는 이 작은 공간으로 숨어 들어왔다

이곳은 내가 무등산을 와서 서석대 오른후나 서석대 가기전에

항상 들러서 차한잔 하고 가는 곳이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이 오월의 멋진 하루를  음미 하고 있는데

누군가 젊은 청춘들이 내옆으로 왔다

빨간색 커플 티를 입은 모습이 인상적인 풋풋한 청춘들이다

내가 먼저 사진 한장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남자친구가 내 사진을 쿨하게 웃으면서 찍어준다

그모습이 사랑스러워 내가 가지고간  믹스 커피 한잔을 권하니까

젊은 청춘들이 마시고 싶다고 한다

조금은  식은맛이지만  이런날 커피가 정말 맛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특히 비오는날 산 정상 아래에서 마시는 커피는 그맛이 천상의 제일임을 ...

" 넘 맛있어요 어쩜 이렇게 다른 맛이 나지요 "

" 전요 이 커피 마실려고 산에 와요 정상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

그것은 이세상 그 어떤 음식보다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아요

괜찮치요  조금 식었지만 .... "

" 저 처음 알았어요  다음에 저도 믹스커피 가지고 와야 겠어요 "






내가 좋아하는 뒷모습














커피 마시는 모습이 넘 좋아서

한장 찍어드렸더니 좋아하신다
















지금 수국의 계절이다




중머리재에서









중머리재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쉼터  이곳 의자에 앉아 쉬고 싶었으나

먼저 자리잡은 사람들이 있었다






떨어진 떼죽나무 꽃잎이 이쁘게 내려앉았다





비바람도 그치고

파란 하늘이 눈앞에 보인다






붉은 병꽃나무





당산나무앞 쉼터

이곳에서 정상에서 못먹은 점심을

혼자 맛있게 먹었는데  그만 그것이 체했다

이틀동안 고생을 했다



당산나무앞 넓은 벤취에

남자산우들이 또쉬고있다

애고 두번째로  자리를 뺏겼다

난 휴심정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


증심사 입구 





발아래 떼죽나무 잎들이 보여서

하늘을 올려보니 떼죽나무 꽃들이 나를 위해

모두 입들을 벌리고 쳐다보고 있다

나도 그들을 본다





무등산 잘놀다 갑니다

언제 와도 질리지 않는곳

항상 엄마 품속과 같은곳  이곳에서

오늘하루 힐링 하고 갑니다

산은 인생과 같다  비가오기도하고  바람이 불기도 하고

햇살이 쨍하고 나오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이 된다

걱정을 미리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걱정한들 그 걱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물흐르듯이 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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