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뇌가 말하는 정보일 뿐?
마음은 심장이 아니라 뇌에 있다!
‘마음’이란 무엇일까? 또 그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고,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인간의 마음에 대한 탐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이미 보편적인 마음의 이론을 정리하는 심리학이 있으며 이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어 ‘A는 B다.’라고 정의 내리기 쉽지 않다. 따라서 최근 감정의 발생 과정을 눈으로 명확히 포착하고, 인간의 마음을 좀 더 과학적으로 정의 내리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바로 뇌과학이다.
국내 최고 뇌 전문가인 연세대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뇌를 경청하라’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뇌는 우리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마음을 결정하는 전두엽, 변연계, 쾌감보상회로 등의 역할을 이해하게 되면 이러한 세팅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세팅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과 이러한 세팅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대부분 사람에게 뇌 기능이란 먼 나라 이야기와도 같아서, 자신에게 갖추어져 있는 효과적인 세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할뿐더러 안다고 해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사랑도 증오도, 관용도 편견도, 쾌락도 절제도, 배려도 시기도 모두 다 가꾸기 나름이다. 뇌 안에 감추어진 긍정적 요소를 강화시켜 사회 친화적으로 나아갈 것인지, 부정적 요소를 강화시켜 사회 이반적으로 뒷걸음질할 것인지는 각 개인에게 달려 있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미완성의 진화는 인간에게 축복일 수 있다.”라고 말하며 이 책을 통해 뇌 영역들이 전하는 궁극의 행복, 뇌 과학이 삶에 밀접하게 닿아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인생과 행복의 비밀,
그 모든 답이 뇌 안에 숨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효과적인 세팅을 어떻게 적절히 사용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방법을 총 4PART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PART.1에서는 뇌는 우리가 행복해지도록 세팅되어 있으므로 진정한 행복은 뇌 안에 있다고 말한다. 인생사에서 부정적 사건을 경험해도 우리의 뇌는 그런 기억을 빨리 잊도록 세팅되어 있으며, 미래 상황이 안전 아니면 위험 두 가지로 불확실할 경우 위험 쪽을 예견해서 미리 대비하도록 세팅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의 행복을 위해 뇌가 얼마나 합리적으로 세팅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또한 과거를 회상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울 때 등에 뇌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PART.2에서는 스트레스 중에서도 가장 흔하고 심각한 스트레스는 다름 아닌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갈등이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한다.
‘아버지는 나에게 ○○○같은 존재다’ 혹은 ‘어머니는 내가 힘들 때 ○○○다’와 같은 미완성 문장을 보여주고 마음속으로 완성하도록 했다. 이에 대한 답은 실험 참가자들의 성장 배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이 강할수록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긍정적인 내용과 부정적인 내용이 뒤섞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험 결과, 가장 뚜렷하게 활성을 일으킨 영역은 안쪽 전두엽이 아니라 안쪽 두정엽이었다. 안쪽 두정엽의 일반적인 기능은 기억회상과 심상 형성이다. 실험 참가자들이 실험 과제를 수행하면서 부모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며 자연스레 과거의 경험을 동영상처럼 머릿속에 떠올렸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부모를 향한 표현되지 않은 애증의 마음이 뇌 어딘가에 깊이 숨어 있다가 회상의 시간이 될 때 안쪽 두정엽의 강한 활성을 통해 감정의 일단을 표출했던 것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마음은 무조건적이지만, 자식의 부모에 대한 마음은 다분히 계산적이다.
이렇듯 부모와 자식의 관계 외에 친구, 연인 등의 ‘관계’에 대한 뇌 실험들을 보여준다. PART.3에서는 타인과의 ‘공감’을 강조하며 다양한 실험들을 소개하고 있다.
연구 대상으로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정신지체 장애자를 돌보는 봉사자들이었고, 기능MRI 촬영 때 수행한 과제는 연속적으로 제공되는 정신지체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평소의 느낌을 살려보는 것이었다. 그 결과 장애아동을 보는 동안, 뇌섬엽 중간, 두정엽 위쪽, PAG*, 중뇌의 VTA, 안쪽 전두엽 등의 활성이 관찰되었다. 옥시토신이 풍부한 애착의 중추인 PAG와 희열감의 중추인 VTA를 포함해 여러 변연계 뇌 영역들이 활성을 일으킨 뷰레가드 박사의 실험 결과는 바텔스 박사의 사랑 연구에서 연인들이 파트너를 대할 때와 어머니가 아기를 대할 때의 기능MRI 촬영 결과와 아주 흡사하다. 경이롭게도 자원봉사자들이 정신지체 아이들에게 갖는 느낌이 물불 가리지 않는 연인들의 무조건적 끌림이나 어머니들의 본능적인 자식 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어떻게 진정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지, 어떻게 하면 이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지, 어떻게 사회관계를 잘할 수 있는 지 등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PART.4에서는 타인의 마음을 잘 읽는 방법, 즐거운 상상을 통해 긍정적 자의식을 형성하는 방법, 효과적인 동기부여 기술 등을 통해 인생의 지혜에 관해 알려준다.
◈ 목차
들어가는 말__뇌과학이 알려주는 인생의 지혜
PART. 1 뇌 안에 숨겨진 행복의 비밀
01. 뇌, 또 하나의 심장
02. 평생의 행복을 좌우하는 것
03. 인생, 무슨 재미로 살지?
04. 인간적일수록 더 진화한 사람이다
05. 우리는 행복해지도록 세팅되어 있다
06. 긍정하는 뇌
07. 뇌가 말하는 절제의 미덕
PART. 2 뇌가 알려주는 마음의 진실
01. 상호교감은 뇌를 통해 가능하다
02. 짚신도 제 짝이 있다
03. 성숙한 사랑은 존재할까
04. 증오보다는 사랑
05. 뇌에도 남녀 차이가 있을까
06. 칭찬은 왜 고래도 춤추게 할까
07. 용서를 하면 건강해진다
PART. 3 더 좋은 뇌로 바꾸는 기술
01. 인생의 힘이 되는 친구를 만들어라
02. 이기적 본성을 넘어서는 능력
03. 행복, 공감에 그 비밀이 있다
04. 이타적 행동에 희열을 느껴라
05. 사촌이 땅을 사면 쾌재를 불러라
06.‘ 왕따’를 해결하려면 뇌의 이해부터!
07. 우리 모두 정신과 환자가 될 수 있다
PART. 4 뇌에는 인생의 지혜가 숨어 있다
01. 알다가도 모를 사람의 마음읽기
02. 즐거운 상상은 긍정적 자의식을 만든다
03. 성격, 노력하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
04. 다수의 선택이 현명한 것은 아니다
05. 뇌를 알면 수입이 오른다
06. 돈보다 더 효과적인 동기부여의 기술
07.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법
나가는 말__뇌는 답을 알고 있다
참고 문헌
◈ 본문 미리보기
나는 인간의 정신을 과학적으로 해부해 보고 싶은 원대한 포부가 크게 작용해 정신과 의사의 길을 택했다. ‘누구는 그냥 좋은데, 왜 누구는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날까?’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왜 아무것도 하기가 싫은 걸까?’ ‘이 순간에 왜 하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머릿속에는 항상 이런 의문들이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이런 생각이 마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들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과 의학이 충분히 풀어 줄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 이것이 햇병아리 정신과 의사 시절부터 환자의 심리역동보다는 정신현상의 생물학적 근거에 훨씬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 (5쪽)
마음의 전통적 상징은 ‘심장’ 혹은 ‘염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거나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할 때,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있는 염통에 대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과학적 증거로 보면 마음은 분명 뇌에서 생겨난다. 그렇다면 마음‘心’자를 사용한 심장은 염통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뇌를 가리키는 말이 되어야 마땅하다. 억지스럽다 할지 모르겠지만, 21세기 과학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이제 사랑의 마음을 전할 때 하트 모양의 상자가 아닌 뇌 모양의 상자에 선물을 담아 보내야 하지 않을까? (16쪽)
예전에 절대 거울을 쳐다보지 못하는 환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외모에 열등감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환자는 자신의 얼굴을 보면‘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에 너무 깊이 빠지게 되어 일상생활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에게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자극이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환자는 안쪽 전두엽의 활성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안정된 안쪽 전두엽의 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자기 얼굴을 볼 때마다 느끼는 폭발적인 자극이 자기 반추를 유발했고, 결국 그것은 심한 불안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4쪽)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행위 가운데 하나가 뜨거운 물에 몸 담그기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뜨거운 물 사랑은 더욱 각별해서 전국 각지의 온천도 모자라 시내 곳곳에 찜질방과 사우나가 성업 중이다. 물을 통해 온몸에 전해지는 뜨거움은 마음의 온도까지 올려준다. 그래서 비록 순간적이나마 ‘아! 이래서 사는구나!’하는 찰나의 행복을 느끼게 된다. 추운 겨울에 바깥일을 해서 몸이 꽁꽁 얼었을 때 뜨거운 장작불의 열기가 전해주는 행복감을 상상해 보자. 그런 찰나의 행복은 우리의 뇌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27쪽)
사람들은 행복을 꿈꾸며 산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무엇을 해야 행복해지는 가이다. 일상생활에서 중독 행위나 취미 활동이 측핵 활성을 통해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행위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런 행위를 반복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지는 않는다. 혼자만의 쾌감을 좇아 감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일수록 고독감은 심화되기 마련이다. 하루 세끼 평생 8만 번 정도의 식사를 반복해도 배고픔은 계속된다. 나 혼자만의 쾌감을 아무리 반복한들 행복을 향한 인간의 굶주림을 채워 주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궁극의 행복을 찾아야 할까? (32-33쪽)
우리가 갖고 있는 기억은 참으로 신비로운 현상이다. 뇌 어딘가에 들어가 있다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필요하면 언제든 튀어나와 생각과 감정을 돕는다.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나면 그와 있었던 즐거웠던 추억들이 주제가 되어 정겨운 대화가 이루어진다. 사업상 중요한 사람을 만나면 그동안 자신의 뇌에 쌓아둔 각종 지식과 노하우를 총동원해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이에 비해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상대와 대화할 때에는 상대방의 마음이나 배경을 추측하기 위한 중추는 바삐 돌아가지만 기억의 중추는 그리 필요치 않다. 그의 뇌는 그저 소개한 이가 알려준 상대방의 신상 정보 정도만 떠올리면 된다. 어쨌든 기억해 내야 할 양의 많고 적고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기억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런 기억들은 뇌의 어디에 들어가 있다가 필요할 때 알맞게 떠오르는 것일까? 일상생활을 하기 위한 우리 뇌의 활동은 작동 기억이라 부르는 아주 짧은 시간의 기억을 기초로 한다. 이 짧은 기억은 바깥 위쪽 전두엽의 인지 중추 DLPFC에서 처리되고, 일단 처리된 후 기억에 저장할 만한 내용은 대표적 기억 중추인 해마로 옮겨져 저장된다. 시간이 오래된 장기 기억은 해마에서 나와 다시 대뇌피질 각지에 흩어져 견고한 저장의 형태로 남는다. 물론 필요한 상황이 되면 해마를 통해 다시 전두엽으로 전달되어 회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42-43쪽)
대인관계의 중요성은 생업과도 연결된다. 사람들의 직장 생활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사람 만나는 일을 포함하고 있다. 일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효과적인 대인관계 형성은 사회적 성공의 열쇠다. 마당발이라 표현할 만큼 많은 사람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실패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인간의 마음이 뇌 기능을 통해 발현되듯, 대인관계 형성 역시 뇌 기능의 몫이다. 그래서 뇌 기능 장애에서 비롯된 병적인 상태가 되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사회공포증과 정신분열병을 전문 진료 분야로 하고 있는데, 이 질환의 핵심 증상 또한 대인관계의 문제다. (63쪽)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몸은 교감신경계에서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프린의 충만으로 흥분의 연속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보면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손바닥은 땀으로 젖고, 얼굴은 붉게 달아오른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듯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사랑의 대상을 향해 드러내는 공감의 수준은 몹시 극단적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도 있다고 느낀다.
깊은 사랑에 빠져 있는 연인들의 뇌에서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미국 럿저스대학의 피셔 박사 연구팀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대상으로 한 기능MRI 실험 결과를 2005년「비교신경학회지」에 발표한 바 있다. 그들의 실험 대상자는 교제 기간이 평균 7개월 정도로, 사랑에 빠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연인들이었다. 실험 방법은 매우 단순했다. 애인 사진을 보는 동안의 뇌 활성이 친구 사진을 보는 동안의 뇌 활성과 어떻게 다른지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76-77쪽)
1년에 30만 쌍 이상이 결혼하지만 이 중 13만 쌍이 이혼해 남남이 되고 있다. 이제 세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은 이혼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혼할 줄 알았으면 차라리 결혼하지 말 것을! 물론 누가 그럴 줄 알았겠는가? 연애 시절에는 자신도 주체하지 못할 변연계의 힘이 작용하니 당연히 결혼을 서두르는 게 최선의 길이라 믿었던 자신의 뇌를 탓할 수밖에! (중략)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상대를 향한 변연계 활성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도 줄다리기의 줄을 그냥 놓기 어렵다. 변연계의 생리적 힘은 미약하지만 도덕과 양심, 현실적 이해타산, 자식에 대한 배려 등 다른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해 부부의 연을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변연계의 작용 없이 의무감에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 상대에 대한 증오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혼할 수밖에 없는 증오에 가득 찬 부부들의 상대에 대한 뇌 반응은 달콤했던 사랑의 시절과 어떻게 다를까? (중략) 런던대학의 제키 박사가 2008년「플로손」지에 발표한 증오심의 뇌 반응에 대한 기능MRI 연구 결과에서 비슷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84-85쪽)
양가감정의 뇌 기반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별로 없다. 나는 이러한 양가감정의 뇌 기반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수년째 해오고 있는데, 2009년「국제신경심리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이 그 결실 중 하나다. 이 연구에서 나는 두 음절의 명사를 많이 사용하는 우리말의 특성을 이용해 매핑용 자극 과제를 제작했다. 예를 들어 ‘자’라는 한 단어는 정서적으로 중성이지만 ‘자유’는 긍정적이고 ‘자살’은 부정적이다. 나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자유’를 보여주면서 ‘자’라는 단어를 긍정으로 평가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살’을 보여주면서 ‘자’라는 단어를 부정으로 평가하게 하는 훈련을 시킨 후 ‘자’라는 단어만 보여주고 감정을 평가하도록 했다. 이때 실험 대상자들은 훈련으로 습득된 ‘자’라는 단어의 양가성 때문에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이처럼 실험적으로 조장된 양가감정의 상태에서 기능MRI를 촬영함으로써 뇌 반응을 매핑할 수 있었다. (99-100쪽)
연구팀은 56명의 단원들을 대상으로 단원들 중에서 가까이 하고 싶은 동료, 멀리 하고 싶은 동료, 별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동료 등 세 가지로 분류하게 함으로써 단원들 간의 친소관계를 파악해 실험 참가자를 선별했다. 선별된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기능MRI 촬영 때에는 단원들의 얼굴 사진을 하나씩 보여주면서, 가까이 하고 싶은지, 아니면 멀리 하고 싶은지를 결정하게 했다.
이 실험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결과는 가까이 하고 싶은 단원의 얼굴을 볼 때 보상회로의 핵심 영역인 측핵에서
뚜렷한 활성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앞에서도 반복되었듯이, 측핵은 쾌감을 느낄 때 활성이 일어나는 뇌 영역이다. 입안이 텁텁할 때 톡 쏘는 맛의 레몬주스처럼, 머리가 복잡할 때 은은한 향기의 커피처럼, 호감이 가는 친구는 쾌감보상회로 측핵의 활성을 통해 기쁨의 촉매가 되어준다. 측핵 활성의 기쁨을 일으켰던 레몬주스와 커피를 자꾸 마시듯, 측핵 활성의 친구는 언제 만나도 정겨울 뿐이다. (116-117쪽)
연구 대상으로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정신지체 장애자를 돌보는 봉사자들이었고, 기능MRI 촬영 때 수행한 과제는 연속적으로 제공되는 정신지체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평소의 느낌을 살려보는 것이었다. 그 결과 장애아동을 보는 동안, 뇌섬엽 중간, 두정엽 위쪽, PAG*, 중뇌의 VTA, 안쪽 전두엽 등의 활성이 관찰되었다.
옥시토신이 풍부한 애착의 중추인 PAG와 희열감의 중추인 VTA를 포함해 여러 변연계 뇌 영역들이 활성을 일으킨 뷰레가드 박사의 실험 결과는 바텔스 박사의 사랑 연구에서 연인들이 파트너를 대할 때와 어머니가 아기를 대할 때의 기능MRI 촬영 결과와 아주 흡사하다. 경이롭게도 자원봉사자들이 정신지체 아이들에게 갖는 느낌이 물불 가리지 않는 연인들의 무조건적 끌림이나 어머니들의 본능적인 자식 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138-139쪽)
아내에게 선물할 목걸이를 사려고 백화점을 찾았을 때도 그랬다. 이런저런 재질과 스타일, 색깔을 보고 고르다가 어렵게 마음에 드는 목걸이를 발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격이 문제였다. 생각보다 훨씬 비싸서 살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한 마디로 피곤한 상황이다. 이때 나의 뇌에서 고민을 하는 장소는 VMPFC이다. 목걸이든, 귀걸이든, 옷이든, 음식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VMPFC는 망설임과 결단의 사이에서 의사결정의 중추로 활동한다. 이런 사실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치브 박사 연구팀이 2009년「신경과학지」에 발표한 기능MRI 연구 논문을 보면 확인이 된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여러 상품을 제시하고 뭘 구입할지 결정하게 했다. 결정의 시간 동안에 VMPFC는 상품의 종류에 관계없이 활성이 증가했다. 그러므로 쇼핑을 힘들어하는 나 같은 사람은 VMPFC의 결단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된다. 좋은 말로 하면 VMPFC의 기능이 강화되어 심사숙고형이 된 것이고, 나쁜 말로 하면 VMPFC의 기능이 너무 강해 우유부단형이 된 것이다. (192쪽)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고유한 행동 중 약속 행위가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인생이기에 사람들은 이런저런 사람들과 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간다. 기꺼이 한 약속에 즐거워하기도 하고 마지못해 한 약속에 후회하기도 한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기도 하고, 적당히 넘기다가 변명으로 해결하려 하기도 한다. 약속의 이행과 파기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여러 모습 중에서도 신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 남아일언 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는 말이 있다. 남자들이 허황된 말로 얼마나 많이 공수표를 날리고 변심을 반복하며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에, 성현께서 이런 말로 남자들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을까? 성현께서는 마음속에 감춰진 약속 파기의 기운을 이미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약속 이행을 강조한 성현의 혜안은 현대에 와서 기능MRI 실험을 통해 그 의미가 새삼 드러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바움가트너 박사는 2009년「뉴런」지에 발표한 실험 연구64를 통해 약속 파기의 속마음이 약속 단계에서부터 이미 뇌에 잠재해 있음을 잘 보여준 바 있다. (212-213쪽)
인간 행동의 숨은 의미가 담겨져 있어서 그런지 뇌를 알수록 인생의 이치에 눈을 뜨게 된다. 독자들이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진화의 산물인 인간의 뇌는 우리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다. 이런 사실은 앞에서 소개한 수많은 실험 사례들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인간의 마음을 결정하는 전두엽, 변연계, 쾌감보상회로 등의 역할을 이해하게 되면 이러한 세팅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세팅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과 이러한 세팅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뇌 기능이란 먼 나라 이야기와도 같아서, 자신에게 갖추어져 있는 효과적인 세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할 뿐더러 안다고 해도 적절한 사용이 쉽지 않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뇌의 진화는 아직 미완성이다. 이미 갖추어진 세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몫을 개인에게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뇌의 세팅은 역동적이어서 가꾸는 대로 변해간다. 수많은 기능MRI 연구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바는 뇌의 어떤 기능이건 훈련을 반복하면 관련 뇌 영역 활성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각 개인은 훈련을 통해 자신의 진화를 스스로 완성시킬 책임을 부여받고 있기도 하다. 사랑도 증오도, 관용도 편견도, 쾌락도 절제도, 배려도 시기도 모두 다 가꾸기 나름이다. 뇌 안에 감추어진 긍정적 요소를 강화시켜 사회 친화적으로 나아갈 것인지, 부정적 요소를 강화시켜 사회 이반적으로 뒷걸음질할 것인지는 각 개인에게 달려 있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미완성의 진화는 인간에게 축복일 수 있다. 자신의 인생이 진화된 뇌의 꼭두각시는 아니니까 말이다. (214-215쪽)
◈ 저· 역자 소개
지은이_
1987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91년 정신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2년 연세의대 정신과 교수가 되어, 현재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정신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최첨단 뇌영상 기술과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의 사회기능과 정신질환의 사회적 장애에 대한
병태생리를 규명하는 연구로 80편 이상의 논문을 유명 국제학술지에 발표하였다.
또한 사회기능 향상 치료기술 개발에도 매진하여 아바타 신기술을 도입한 사회공포증 및 정신분열병 환자들을 위한 가상현실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도 개발, 이를 임상에 활용하여 좋은 치료성과를 얻고 있다. 탁월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로부터 ‘폴 얀센 정신분열병 연구학술상’과 ‘환인정신의학상’ 등 여러 학술상을 수여 받기도 하였다.
◆ 응모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적어주세요.
◆ 서평단 모집간 : 9월 14일 ~ 9월20일
◆ 모집인원 : 2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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