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 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럼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를 잉태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는가를 잘알리라
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
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
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 말아라
다만, 언 땅속에서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다는 신호로 알아라
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안
귀한 내 딸아 !!
-문정희 시집 < 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 미학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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