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어머님의 편지 - 문정희

하동댁 2019. 1. 19. 22:56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 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럼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를 잉태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는가를  잘알리라

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

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

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 말아라

다만, 언 땅속에서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다는  신호로 알아라

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안

귀한 내 딸아 !!

 

-문정희 시집 < 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  미학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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