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이서린의 11월

하동댁 2017. 11. 18. 19:56






낙엽처럼 불면이 쌓이는 날이 많아졌다

종종 새벽녘에 비가 흩뿌리는 날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는 느낌에

유서같은  일기를  두서없이 쓰기도 한다

가끔 안주도 없이 술을 털어 넣듯 마시다

미친듯이  밤길을 휘적휘적 걷다가

한사람 안에 웃고 있는 또 한 사람을 생각하다

모든 걸 게워내듯 오래오래  울기도 한다

아침이면 퉁퉁 부은 눈으로

밥을 차려 먹는다

꾸억꾸역 혼자 밥 먹는, 이 슬픈 식욕

그래도 검은 커피를 위로 삼아

배란다에 빨래를 넌다

조금씩 말라가는 손묵은 얇은 햇빛에 맡기고

흐르는 구름을 보다 눈을 감으면

툭, 떨어지는 감나무 잎

세상은 저렇게 떠나야 하는 것

조만간 가야 할 때를 살펴야 하는 것

길어지는 그림자를 보며

지는 해는 왜 붉은가를 생각하다가

흉터는 왜 붉은가를 생각해보는

이대로 증발하고 싶은 저무는 하늘

아직 살아 있는 내가

찬물에 손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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