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황지우 시인의 11월의 나무

하동댁 2017. 11. 18. 19:33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측광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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