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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집 "중독자" 관련 신문기사를 모았습니다^^

하동댁 2015. 8. 7. 22:11

ㅇ 세계일보

“꽃과 나무와 물이 있었기에… 이렇게나마 겨우 늙었다”

시인 박남준 등단 30년 넘기며 신작시집 중독자 펴내

경남 하동군 악양면 동매길 지리산 자락에 홀로 사는 박남준(58) 시인이 등단 30년을 넘기면서 이를 기념하는 신작 시집 ‘중독자’(펄북스)를 펴냈다. 자연 속에서 시를 ‘살아내는’ 시인으로도 호가 높은 그이의 일곱 번째 시집에서는 꽃과 새와 물 같은 대상을 관찰하는 시선에서 더 나아가 그것들과 일체가 되는 경지를 자주 보여준다. 그것은 시인이 바라는 ‘관음(觀音)’의 상태이기도 하다.

“하루해가 뉘엿거린다/ 깜박깜박 별빛만이 아니다/ 어딘가 아주 멀리 두고 온 정신머리가 있을 것인데/ 그래 바람이 왔구나 처마 끝 풍경소리/ 이쯤 되면 나는 관음으로 고요해져야 하는데/ 귀뚫어라 귀뚜라미 뜰 앞에 개울물 소리/ 가만있자 마음은 어디까지 흘러갔나”(‘마루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

악양 토담집 마루에 앉아 하루 내내 구름과 꽃과 개울물을 보며 매미와 나비와 별빛까지 아우르는 일상이 담긴 시편이다.

자연이 보여주는 위로의 풍경 속에 하루 종일 앉아 있다 보면 해탈의 경지까지 갈 법도 하지만, 마음은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어디쯤 가 있는지 종잡기 쉽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리하여 봄날의 아지랑이를 보면서도 “어쩌면 치미는 슬픔 같은” 느낌도 들고 “이렇게나마 겨우 늙었다”는 한숨 같은 안도도 한다. 시인은 “가슴에 병을 얻은 쯤이야/ 인생은 이미 덤이었다며 애써 무심”하려고 하고 “생의 지도에 점을 찍을 점정의 아침이/ 그의 숨 끝에 일어나고 흘러간다”고 짐짓 초연하고자 한다. 이 같은 다짐은 그의 주변을 둘러싼 생명들의 싱싱하고 질긴 힘에 힘입은 바 크다.

“똥거름을 내고 호박씨 심었다/ 호박과 함께 토마토 올라왔다/ 그러니까 작년에 먹은 토마토가/ 으르릉 그르릉 이빨 사이를 요리저리/ 위장과 창자를 거쳐/ 한마디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거시기를 통해 빠져나왔다는 것인데/ 호박을 키우기 위해 뽑아내던 토마토 어린 것들/ 두어 개 남겨놓는다”(‘강력한 토마토’)

똥거름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생명력이라니. 이처럼 강력한 토마토의 의지 앞에서 인간의 근심 따위야 한갓 초라한 사치로 전락할 지경이다. 시인의 세상에서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도 예사롭지 않다. 도라지꽃이 출렁거리고 구절초꽃이 휘청거릴 때 시인은 “꽃 체중계들 바늘 끝이 간지럽다고 몸살을 친다”고 썼다. 가볍다고 무겁지 않은 건 아니다. ‘물레나물꽃등’에서는 “햇살을 담아 꽃잎물레에 돌리는” 바람개비와 “곁을 떠난 사랑 돌아오는 길/ 허방을 짚을까 봐/ 까치발을 들고 켜 든 산비탈/ 샛노랗게 불 밝힌 꽃다발 전등”도 본다. 이런 노래는 어떤가.

경남 하동군 악양면 지리산 자락 토담집에 홀로 사는 박남준 시인. 박 시인은 “이 참혹한 시대에 30년이나 시를 쓰면서 살아왔다니 진땀이 난다”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언어를 마음 가는 대로 부려도 크게 부끄럽지는 않겠다는 믿음이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저/ 함박눈/ 산/ 너머로부터 달려온/ 당신이 띄운 편지라는/ 걸/ 안다 맑고 따뜻한 눈물로/ 쓴/ 곱은 손가락 호∼ 불며 써내려/ 간/ 흰 겨울편지”(‘내 손등에 떨어지는 그대의’)

손등에 떨어지는 함박눈, 그대의 흰 겨울편지, 산 너머로부터 달려온 맑고 따뜻한, 눈물로 쓴 편지, 당신이 띄운 편지. 단순 소박하지만 함박눈의 포근한 느낌으로 가슴을 쓸어주는 유행가 같은 절창이다. 아무나 절절한 유행가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시인의 시선은 주로 자연에 머물지만 사람살이의 풍경도 떠나지 않는다.

트럭 행상이 외치는 “홀애비 사세요 홀애비” 소리에 홀린 이야기는 익살스럽고, 가난한 시인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한사코 콩나물국밥값을 받지 않겠다던 전주 남부시장 장뻘국밥집 아주머니 이야기는 애잔하다. 그 아주머니, 암으로 먼저 떠났으니 시인은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는 “이건 살인사건이다”고 결연히 목소리를 높였다.

신경림 시인은 이번 시집을 두고 “어쩐지 이미 이 시인은 자연 속에서 자연에 순응해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면서 “그래서 이 시집 속의 시들은 봄날 산길을 가다가 만나는 향기 진한 꽃처럼 아름답고, 숲속 깊은 데서 마주치는 오래된 신목(神木)처럼 섬뜩하다”고 상찬했다.

등단 30년을 기념하는 이 신작 시집은 진주문고의 인문출판 브랜드 ‘펄북스’ 첫 책으로 나왔다. 박남준은 “지역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몫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시집을 내는 이들에게 왜 지역에 있는 출판사에서 책을 냈느냐고 책망을 했던 낯 뜨거운 말빚을 갚기 위해, 이 참혹한 시대에 지역에서 인문학 출판사를 하겠다는 청맹과니 같은 소리를 하는 서점 주인에게 원고를 넘겼다”고 ‘시인의 말’에 썼다.

글·사진=조용호 기자

 

ㅇ 전북일보

[박남준 시인 7번째 시집 '중독자'] 숙연해지고 시원해지는 시
삶의 슬픔, 긍정으로 전환 / 30여년 연륜 오롯이 담아 / 50여편 4부로 나눠 엮어
2015년 07월 30일 (목) 23:28:53 김원용 kimwy@jjan.kr

“박남준의 신작 시집 <중독자>는 오랫동안 개척하고 축적해왔던 본원적인 생태적 사유와 실존적 감각이 견고하게 결속해 있는 역동적 화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박남준이 그려왔던 시원(始原) 지향의 세계를 충일하고도 낯익게 바라보아왔다. 시적 영혼의 성숙 과정이기도 했던 그 지경(地境)은, 지금이 비록 폐허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치유하고자 하는 일관된 의식에서 그 모습을 구체화한 바 있다. 박남준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시원의 형상을 복원하려 하였는데, 그것은 유토피아나 유년 시절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 형식으로는 근접하기 어려운 성스러움을 내장하고 있는 어떤 것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훼손 이전의 순수 원형을 간접화한 형상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번 시집에서도 박남준은 그러한 형상들을 구체적 자연 사물 속에서 발견하거나, 아니면 그것을 회복 불가능하게 만드는 세상에 대하여 비판의 촉수를 던진다. 따라서 제목으로 취택된 ‘중독(中毒)’이라는 은유는, 여전히 자연 사물로부터 느끼는 불가항력의 흡인력인 동시에, 삶의 가장 종요로운 기율에 대한 본능적 경사(傾斜)를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안에는 박남준이 고유하게 지향하는 시적 형이상(形而上)과 시인의 존재론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박남준 시인의 새 시집 <중독자>(펄북스)에 붙인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의 해설이다.

시집 <적막> 이후 5년만에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시집을 내고, 다시 5년만에 이 시집을 낸 박 시인의 이번 7번째 시집에는 오직 시 하나만 붙들고 살아온 시인의 연륜이 오롯이 녹아있다.

“이제 이 시인은 노랑 상사화 꽃술을 더듬는 긴 꼬리 제비 나비를 보면서 ‘나비도 저렇게 무게가 있구나’ 깨닫고, 전깃줄에 나란히 앉은 잠자리들을 보면서 ‘저 일사불란도 불편하지않다’( ‘나무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에서)고 생각하게쯤 되었다. 또 언 앞강을 보면서는 ‘간밤에 미쳐 들여놓지 못’( ‘마음의 북극성’에서)했다고 안타까워도 한다. 도처에서 찾아지는 이런 표현들을 보면서, 어쩐지 이미 이 시인은 자연 속에서 자연에 순응해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 시집 속의 시들은 봄날 산길을 가다가 만나는 향기 진한 꽃처럼 아름답고, 숲속 깊은 데서 마주치는 오래된 신목(神木)처럼 섬뜩하다. ”

신경림 시인은 추천 글을 통해 “이 시들을 읽으면 때로는 천년 바위가 들려주는 얘기를 듣고 있을 때처럼 숙연해지는가 하면, 또 때로는 싱그러운 고목이 내는 바람소리를 들을 때처럼 시원하다. 이들 시 앞에서 문득 우리들의 일상이 초라하고 덧없이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유성호 교수는 “박남준 근작들은 한결같이 세계 내적 존재로서 필연적으로 가지는 슬픔 같은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그러한 슬픔을 그는 우울한 비관주의로 노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것을 궁극적으로 자기 긍정으로 힘있게 전환하는 내적 계기들을 풍부하게 만들어놓는다”고 보았다.

시집은 50여편의 시를 4부로 나눠 담았으며, 4부는 단 두 편의 긴 시로 엮었다.

10여년 전 모악산을 떠나 지리산자락 악양 동매마을을 터전을 삼은 박 시인은 이번 시집을 지역의 출판사에서 발간하게 된 배경을 ‘시인의 말’로 가름했다. “지역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몫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시집을 내는 이들에게 왜 지역에 있는 출판사에서 책을 냈느냐고 책망을 하기도 했었다. 내가 가장 불쾌해하고 싫어한다는 무리, 말과 삶이 다른 족속 따위가 나였던 것이다”

박 시인이 ‘말빚’을 갚기 위해 경남 진주의 대표적인 서점인 진주문고에서 시집을 낸 배경인 셈이다.

 

ㅇ 한겨레신문

지역 신생 출판사와 시인의 만남

등록 :2015-07-30 19:37

중독자
박남준 지음/펄북스·9000원

박남준 시집 <중독자>는 출판사 ‘펄북스’가 낸 첫 책이다. 올 2월에 출판등록을 한 이 신생 출판사의 주소지는 경남 진주. 1986년에 문을 열어 30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서점 진주문고 2층에 출판사 사무실이 있다. 펄북스 대표 여태훈씨가 바로 진주문고 주인이니 펄북스는 진주문고의 자회사인 셈.

창비와 문학동네, 실천문학사 등 서울의 손꼽히는 문학 전문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온 박남준 시인이 자신의 일곱번째 시집을 지역의 신생 출판사의 무녀리로 내놓은 사연이 갸륵하다. 사회과학 서점으로 출발해 종합서점으로 자리잡은 진주문고 대표가 지역 문화운동 차원에서 인문 출판사를 열려 한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박남준 시인에게 자문을 구했다. 시집 출간을 위해 원고 뭉치가 든 가방을 들고 다니던 시인은 가슴이 뜨끔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박남준. 사진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박남준.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역 문화를 강조하고 지역에 사는 문화예술인들의 몫을 강조하면서 정작 자기 책은 지역 출판사가 아닌 ‘중앙’에서 내고 싶어했던 제가 위선자처럼 여겨지더군요.”

2003년부터 경남 하동 악양면 지리산 자락에 기대어 살고 있는 박남준 시인의 새 시집은 단조로우면서도 풍요로운 삶의 풍경으로 그득하다.

“긴꼬리제비나비 노랑 상사화 꽃술을 더듬는다/ 휘청~ 나비도 저렇게 무게가 있구나/ 잠자리들 전깃줄에 나란하다/ 이제 저 일사불란도 불편하지 않다”(‘마루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 부분)

“텃밭에 푸성귀들 반찬을 만든다/ 한 끼의 밥상을 차려 그 앞에 마주한 기도/ 고마움을 깨닫는 일이다/ 걸어온 발바닥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순간,/ 신성한 시간이다”(‘풍경이 눈부실 때’ 부분)

책 뒷표지 추천글에서 신경림 시인은 “이미 이 시인은 자연 속에서 자연에 순응해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썼다. 악양 동매리 시인의 집에 가 본 이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묘비명’이라는 제목의 시도 있는데, “내가 곧 자연이며 저 병들어가는 자연이 바로 내 몸의 현재”라는 대목이 신경림 시인의 판단을 뒷받침한다 하겠다.

미소년 같은 외모로 숱한 여성 팬을 거느린 박남준 시인도 어느덧 환갑을 이태 앞둔 ‘독거노인’이 되었다. 시인은 자신이 직접 덖어 만든 발효차에 예순을 뜻하는 ‘이순’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는데, 시집 안에서 늙음과 죽음을 가리키는 시들을 만나는 마음은 안타까우면서도 어쩐지 홀가분하다.

“이렇게나마 겨우 늙었다/ 강을 건너온 시간이 누군가의 언덕이 되기도 한다/ 두 귀가 순해질 차례다”(‘마음의 북극성-이순’ 부분)

“새들이 머문 자리마다 내 눈이 따라갔다/ 언젠가는 아예 가서/ 오지 않을 것이다”(‘종일 시선’ 부분)

최재봉 선임기자


 

 

 

 

출처 : 박남준 詩人의 악양편지
글쓴이 : Bingo Bravo(김병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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