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박남준 무덤같은 집

하동댁 2015. 6. 8. 19:38

 

 

 

무덤 같은 집이 있다 한낮에도 빛이 들지 않아  불을 걸어야 하는 방이 있다

마당 가득 풀들이 우거지고 칡덩굴이며 머루 덩굴이 지붕을 덮어버렸다.

그 방에 누워 아주 가끔은 떠나간 세상의 일들을 떠올렸고  도리질을 쳐대기도 했다.

 

문 밖 소나무숲을 지나는  바람이나 새소리가 어둡고도  습한 방안의 오랜  정적을 휘저으며

긴 여음을 만들고는했다.  어쩌다가  인기척이 들리기도 했다

인기척들은 두런거리며  마당을 가로지르다  빗장처럼  질러놓은  몽당 놋숟가락을 빼들고

녹슨 양철문을 들춰보았다.   그때마다 찌그러저 덜컹거리는 소리가 치욕의 순간처럼 비명을 지르고는 했다

 

새까만 그을음이 덕지덕지 들러붙고 맞은켠 바람벽이  동굴처럼  휑 뚫려나간 부엌은  한낮에도 깊은

어둠이  또아리를 틀고  호기심의 발길들을 들여놓지 않았다. 

아무도  살지 않는가봐  벽을 타고 들어온 말들이  귓가에 웅얼거리다 멀어지고는 했다

 

늦가을 잔디가 마른 무덤을 보고  초가지붕을 떠올리기도 했다. 

폭설이 자욱한 밤   집뒤안 팽나무 가지들  우두둑거리는날  지붕이  견뎌낼까  집이 무덤이지뭐  그러던

날이 있었다.

 

무덤 같은집  ㅡ 박남준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