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한국 문학에 전혀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대형 신인의 탄생!
애써 학교 이름을 대 봤자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하는, 수도권의 별 볼일 없는 2년제 야간대학 학생인 ‘나’,
그리고 노래바나 호스트바에서 선수로 뛰는 ‘제리’. 출발부터 뒤처진 그들 “신(新)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청춘들
에게 일상은 무의미하다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섹스뿐”이다. 당연히 주인공 ‘나’는 꿈이 무엇인지 묻
는 질문이 가장 당혹스럽고, 결코 죽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죽어서까지도 늘 이따위 신세일까 봐 구질구질
한 삶을 끝낼 수조차 없다. 그녀는 의미 없는 섹스를 마치 출근하듯 나누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오로지 고통
의 징후로 환원한다. 고통과 상처에서 살아 있음을 확인하지만 그녀는 고통을 호소하거나 사유화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살아갈 뿐, 왜 혹은 어떻게 이토록 파괴적인 삶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는다. 자신을 연
민하지 않는 그녀의 초연한 태도는 부끄러움과 당혹의 몫을 모두 독자에게 건넨다. 결국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썩은 동아줄이다. 하지만 그 줄을 잡으면 땅에 떨어질 줄 알면서도 잡을 수밖에 없는 역설적 초연함을 『제리』
는 담담하면서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이것이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치열한 섹스가 야하지 않고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이며, 여타의 작가들이 숱
하게 보여 준 “연민과 공감, 멜랑콜리와 애도로 특징지어지는 20대의 주류 문화와는 다른” 감성, 바로 김혜나
가 제시하는 불쾌한 발견의 지점이다. 그리고 온몸을 던져 체득한 이 1982년생 작가의 하드보일드한 삶의 질감
과 깊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주인공은 미칠 듯 열렬하게 제리를 갈망하고 또 갈망한다. 제리의 몸은 그녀에게 구원이 아닌 소통의 계단이
기에 저 나락의 밑바닥으로부터 시작된 제리라는 계단은 삶과 지상의 세계, 그리고 그녀 자신에게로 이어진다.
제리라는 지독한 열망의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끌어안으며 그렇게 고통에 대해 말하는 법을 체감한 순간,
그녀는 지상으로의 통로를 발견한다.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다 짜내어 섹스를 하는 강에게, 나는 그렇게 말해
주지 않았다. 너무 아프다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고,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도 괜찮다고, 한 번도 말해 주지 않았”으며 “아프다고 말하면, 이런 섹스가 정말 싫다고 말하면
그가 먼저 나를 떠날까 봐, 그가 주는 고통마저도 사라져 버릴까 봐, 삶을 견딜 수 없게 될까 봐 너무나 두려
(216쪽)”워했던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 돌고 돌아 숱한 방황 끝에 다다른 지점은 여전히 출발선에도 한참 못
미친 곳에 불과하지만, 그녀는 이제 지상으로 한 걸음 내딛을 채비를 시작한다. 스스로 발을 딛고 서게 된 그
한 걸음만큼의 성장으로 인해 비로소 지상의 세계로부터 흘러나오는 한 줄기 빛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안티-나르키소스 세대에게 이 작품이 발휘할 수 있는 작은 치유의 힘
이며, 또한 『제리』가 지닌 커다란 미덕인 동시에 김혜나라는 이 젊은 신인 작가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 심사평 중에서
『제리』는 21세기적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루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청춘들에 대한 킨제이 보고서다. 소
설 속에 등장하는 섹스가 야하지 않고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 메타포가 아니라 리얼리티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
기에 있다. 21세기 청춘들의 절망은 그들의 삶보다 오래 지속되고, 그들의 섹스는 그들의 삶보다 언제나 빨리
끝난다. 동시대 젊은이들의 세태를 유희가 아닌 상처, 냉소가 아닌 권태, 관념이 아닌 실감으로 제시한 이 작품
으로 인해 우리는 21세기에 맞춤한 또 한 사람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닮은 작가를 가지게 되었다.
—
읽는 내내 불편했고, 읽은 다음에도 며칠 동안 불쾌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벌거벗은 삶’들을 정면
으로 이야기한 이 충격적인 소설은 다 읽고 나면 외려 슬프고 쓸쓸해진다. 반어(irony)를 사용하지 않고도 반
어가 소설을 관통하고 있다. 충격적이고, 반도덕적인 소설이다.
—
노래방에서 남자 도우미들을 불러 선택하는 첫 장면부터 당혹스럽다. 김혜나가 제시하는 20대의 삶은 우리
를 불쾌한 발견의 지점으로 데려간다. 도서관이나 책상에 앉아 상상한 삶이 아닌, 길 위에서 직접 체감한 하드
보일드한 삶의 질감들이 잠잠한 동년배 소설의 감상 사이를 파고든다. 이 침범은 최근 한국 소설에 없었던 새
로운 어떤 표정으로 바뀐다. 동시대 소설에 낯선 무늬를 그려 줄 새로운 작가의 탄생에 축하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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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월부터는 서평 이벤트 당첨 확인 후 출판사 담당자에게 메일로 책 받을 배송정보를 보내주시고 댓글로 확인을 남겨주셔야 합니다.(→이벤트 당첨자 발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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