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아버지의 집
지은이 : 오인태
시집 한권이 내게로 왔다.
오인태 시인님의 " 아버지의 집 " 이라는 책이 .....
넘 반가운 마음에 책에 표지를 열고보니
어머나 친필 사인이 들어가 있다 .
생전 첨이다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을 선물 받기는...
가롤로는 말했다 .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고
그러나 난 아직도 속물인가 주는 기쁨보다는 받는 기쁨이 한결 더 크다
나는 시를 사랑한다.
그러나 난 단 한줄의 시도 쓸줄 모른다.
내가 부족한것을 잘하는 사람을 난 존경한다.
그래서 난 시인이 좋다.
학교 다닐때 난 시를 읽는 것을 좋아하고 시인들의 시를 읽고
그시인의 시세계를 탐구하여 국어시간에 발표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날 김인숙 선생님께서 조지훈 님의 " 승무 " 시에 대해서 조사를 해오라는
과제가 내게 주어젔다.
그날이후 난 근 일주일을 학교 도서관에서 살았다.
시인의 약력 , 시의 모든 것들 , 시를 짓게된 배경
등 모든 정보를 입수하여 내 머리속에 모두 입력하였다.
드디어 발표시간 ......
흐물흐물 눈의 촛점들이 모두 희미해저가는 점심 먹은 후 오후시간
난 교단에 올라서서 애들을 보며 말했다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
"전 지금 학생 이경희가 아닙니다 . 난 국어 선생님 입니다 "
애들의 눈이 금방 초롱초롱 해젔다.
" 재 지금 뭐라 하는겨 ? "
촛점 잃었던 눈들이 모두 일제히 나를 향했다 .
그리곤 일사철리로 쏟아내는 조지훈 시의 모든것들을 그친구들은
단 한마디도 빼놓치 않고 듣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
한시간 수업 끝나는 종이 쳐도 난 계속 내가 알고있는 조지훈 님의 시세계를 발표를 했다 .
쉬는 시간에 맞추어 나의 발표가 끝나자 애들과 선생님의 박수가 쏟아젔다.
" 이경희 너 너무 멋지다 "
학교 다닐적 나는 수없이 많은 시들을 외우고
시를 탐닉했었다.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시는 나를 떠났었다.
쭈질쭈질한 내 인생이 시작되었고 먹고 살기 바빴고
애들의 버팀목으로 내 인생의 모든것이 다 맞추어저 있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을때
난 다시 시를 읽는다.
블러그를 하면서 시인님들의 방을 방문하고 이렇게
시인님의 책을 선물 받기도 한다.
내가 시를 쓸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난 오늘도 시를 읽는다.
시가 내게 왔다
오인태
한 번도 시를 쓴 일 없다.
시가 내게 왔다 늘
세상의 말은 실없다
하여 다 놓아버리고 토씨 하나
마저 죽여, 마침내
말의 무던 같이 허망한 적요
위에 파르르 떤 날
빛같이 내려서
시인의 몸 안에 들어와서
젖어오는 것이다
거부 할 수 없이
시가 내게 왔다
오인태님의 시처럼 시가 내게로 온것이다.
물론 작가가 말하는 시각은 내가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분명 오시인님의 시는 내게로 온것이다.
난 평론가도 아니고 시를 감상하는 사람이다 .
그저 공감하면 그만이다 .
내가 어찌 이 시인의 그 영롱한 시세계를 알것이며
심오한 언어의 시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것이며
그의 내면의 깊이를 알겠는가 ?
그저 좋아서 읽고 " 그래 맞어 " 그러면서 무릎을 치면 그만이다 .
"아 이렇게도 멋지게 표현하는구나 " 하면서 ......
입춘
훅, 후욱
바람이 더운 입김을 불어대자 나무의 귓볼이 발그스름해
젔다 녀석은 이 나무 저 나무, 닥치는 대로 건드려 온 숲의
신경이 일제히 곤두서는데, 쫑긋쫑긋
서는 저 붉은 꼭지들 좀 보시게
입춘의 봄바람이 나무의 귓볼을 건드리며 온 나무에 신경을 일으켜 세운다고 표현했다.
몇 줄 안되는 시속에서 입춘의 모습이 상상되어진다 .
살살 불어오는 바람속에 온 생명의 세포들이 모두 춤추는 모습들이 .
그래서 입춘이다. 그래서 봄이다.
생명의 세포들이 일제히 곤두서게 만드는....
문인들은 자신들의 삶이 모두 발가벚겨진다.
삶속에서 진솔한 글들이 나온다 .
자신의 삶이 모두 발가벚겨 젔을때 비로소 감동이 전해오는 것이다 .
아버지의 집
한 때,
아버지는 목욕탕 보일러공이었다
쉰 나이 넘어 논 팔고 집 팔아 이농을 하고
이 공장 저 공사판 떠돌다가
아버지는 예순 넘어 하필 남의 집 아궁이에
남은 생애의 집을 지었다.
나이보다 팽팽한 얼굴에 통통한 몸집의
목욕탕 주인 과부는
걸핏하면 그 위태하기 짝이 없는
아버지의 집을 흔들어댔지만,
그래도 이만한 데가 없다며
아버지는 한사코
부들부들 떨리던 부지깽이와
부삽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런 밤엔 목욕탕 문간 옆 단칸방,
아버지의 집에는 송진 타는 냄새가 쓿어올랐다.
때로는 페타이어 역한 냄새도 섞여
앙등을 하는 것이였는데,
교대를 졸업하고도 선생이 되지 못한 채
빌붙어 아버지의 청자 담배나 몰래
축내던 때, 나는 단 한 번도 그 집을
우리집이라 부르지 않았다.
마침내
초등학교 교사로 정식 바령을 받고
이후 아버지도, 집도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것이었는데,
그 세월 동안 남의 아궁이 앞에서
아버지는 가슴속에 얼마나 많은 집을 짓고,
또 태우섰을 것인가
모른다
위로 누나 넷을 낳고 늦게 장남을 본, 그
마흔 나이를 넘어오는 동안
아버지도 가도, 아버지의 집도 재가 되어
하얗게 사라진 줄 알았는데
이렇듯
나는 오래전에 아버지 대신
버젓이 주민등록상의 호주가 되어
새 집에 살고 있는데
도대체 내 가슴에 아궁이처럼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는
이 집은?
아버지의 존재 !!
미워하고 부정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존재를 지워낼수 없드시
나이 마흔을 넘어오는 동안 과거의 나를 단절하고 '
아버지의 삶과 내통하려는 고통을 앓는다. (에구 어렵다 )
자연 사물을 보는 착한 시선과
온갖 반 인간적 작태에 대한 시인의 분노와 허탈감은
바로 시를 쓰게 만든 실천의 산물이다 .
눈 오는 날엔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아름다워라 저렇듯 하
늘이 캄캄하게 무너져 내려 세상을 하얗게 덮는다 한들, 끝내
묻을 수 없는 사람 있어 생가지가 더러 후드득 찢겨져도 제게
오는 무게를 다 받고 서있는 저 나무처럼 아픔도 슬픔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다면 혹은, 그리움에 환장이라도 하여 눈발처럼
맨발로 달려갈 수 있는 사랑이라면, 용서하리라 하얗게 묻힌다 해도
사랑하라 사랑하라
지금 세상에 눈내리고 있네
용서하라 용서하라
지금 그런 사랑 눈 맞으며 서있네
사랑하고 용서하라.
그것은 바로 인간의 지상 과제이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해야할...
좋은 시인을 만나게 해준 가롤로님께 감사드리고
오시인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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