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장맛비가 내리는 저녁 - 이상국

하동댁 2019. 10. 16. 07:37



비가 오면

짐승들은 집에서

우투커니 세상을 바라보고

공사판  인부들도 집으로 간다

그것은 지구가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가 오면

마당의 빨래를 걷고

어머니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고

강을 건너던 날 낯선 마을의 불빛과

모르는 사람들의 수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비는 안 가본 데가 없다


빗소리에 더러 소식을 전하던 그대는

어디서 세상을 건너는지


비가 온다

비가 오면 낡은 집 어디에선가

물 새는 소리를 들으며

나의 시도 그만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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