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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기주

하동댁 2018. 8. 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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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온통 형광펜으로 물들인


“그리움의 대상은 꽃을 닮았다. 마음으로 품었으나 두 팔로는 품지 못한 꽃이다. 결코 잡히지 않으므로 만져지지 않는 꽃이다. 그래서 애타게 동경할 수 밖에 없는 꽃이다.” - 본문 중에서

 
여전히 아름다운지

‘그리움의 대상은 만져지지 않는 꽃’이라는 표현이 흉부 안쪽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그리움은 만져지지 않아 애타고, 때론 만질 수 없기에 아름답다. 책 『한때 소중했던 것들』은 그리움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그 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한 사람(남자)의 모습을 담은 산문집(에세이)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작가 이기주는 말한다. 어떤 추억은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시간이 보태어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소중한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나면 그 시간과 기억을 떼어내 가져가는 것이라고.
    
작가의 말처럼,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사람 잘 지내고 있는 건지, 여전히 아름다운지. 가수 김연우의 노래가사처럼 변한 것은 없는 건지.

 

기억을 걷는 시간

“사람의 내면은 하나의 균질한 덩어리가 아니라 쉴새없이 생성과 소멸을 거치는, 복잡하면서도 말랑말랑 한 조각으로 이루어졌는 지도 모른다.” - 본문 중에서

 

가수 넬의 노래 중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아직도 너의 소리를 듣고, 아직도 너의 손길을 느껴, 오늘도 난 너의 흔적 안에 살았죠.’

    
나는 종종 해가 진 어느 날에 기억을 걷고는 한다. 그럴 때면 나의 동공으로 스며든 사물과 풍경은 잔상처럼 흐려지고, 망막 안쪽의 신경세포는 마음에 자리한 사람과 풍경을 동공으로 밀어 넣는다. 작가의 문장을 빌려 표현해보자면, 우리는 끊임없이 기억을 생성하고 소멸시키며 하루, 글피, 열흘, 한 달을 보낸다.


어떤 기억은 식도를 통과하지 못한 채로 녹아버리지만, 어떤 기억은 탄탄한 보호막을 형성한 채로 내 안에 남아 끊임없이 마음을 구른다. 그것이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

“평생 잊히지 않는 사랑은 첫사랑이 아니라 어쩌면 이뤄지지 않은 사랑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마음을 온통 형광펜으로 도배질한 문장이었다. 첫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가슴속에 이뤄지지 않은 사랑 하나쯤을 간직한 채로 살아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앙금을 간직한 채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한다. 우리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 이유는 내게 남은 앙금이 사랑이라는 비커를 더럽히는 물질이 아닌, 예쁘게 물들이는 앙금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자전거 타기를 좋아한다. 책 본문에 자전거 얘기가 종종 나오는 것으로 보아서 작가 또한 그러한 듯하다. 가수 자전거 탄 풍경은 자신의 노래 속에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라는 참으로 아름다운 가사를 넣었다. 이 가사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아름다운 노을이자, 노을을 바라보는 사람일 것이다.
    
노을은 사랑을 닮았다. 아름다운 붉은 색으로 물들지만 그 빛에는 유효기간이 존재한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행복하지만은 않다. 노을이 저물면 어김없이 곧 어둠이 찾아올지니.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한하지 않은 시간의 영역의 존재하는 감정이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인생 또한 유효기간이 존재하지 않던가.

 
서평을 마치며

페이지의 끝을 참 많이도 접었다. 그러나 형광펜을 들지는 않았다. 어떤 한 구절이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라, 그 페이지의 호흡 전체가 좋았기 때문이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밑줄을 그을 수 없는 페이지들을 대면하고는 한다. 그럴 때면 나는 그저 페이지를 접어 놓은 채로 마음으로 밑줄을 친다. 그러고는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그 페이지를 펼쳐 본다. 한때 절실히 와 닿았던, 소중했던 그 페이지들을.

 

오늘의 책을 리뷰한 'mora0011'님은?
천성호. 책을 읽고 글을 쓰는 1인 출판 작가, 『가끔은 사소한 것이 더 아름답다』 『지금은 책과 연애중』 저자.


출처 : 책을 사랑하는 기술
글쓴이 : 어린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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