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호텔 캘리포니아 혹은 늙은 선풍기

하동댁 2017. 8. 21. 17:53

 





호텔 캘리포니아 혹은 늙은 선풍기

 

                                                                                               이승희

 

 

 사막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 머릿결이 바람에 스칠 때*

 늙은 선풍기는 탈탈거리며 지루한 반복의 시간을 세고 있는 것처럼

여름은 길고 쓸쓸했다. 돌은 뜨거웠고 모래알은 알알이 흩어져서

먼지가 되거나 비가 오는 곳으로 달아났다.

유행가들이 아무렇게나 세상에 던져진 후 흔적없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물의 부음을 전한 공기들이 증발하는 모습이 오후 두 시부터 세 시 사이에 역시 반복되고 있다.

그것은 마치 강물이 무거운 돌을 받아들일 때처럼

가로 세로 차마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사이 바닥에 이르는 것과 같아서

구름은 높을수록 바닥에 가까워졌다.

사람들은 쓸쓸한 줄도 모르고 노래를 불렀고,

노래가 끝나면 태양이 진 곳에서 함께 지워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입구를 향해 뛰었던 거야**

 늙은 선풍기의 노래가 모래바람 속으로 흘러가고 골목 끝으로 여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