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盧天命, 1912~1957)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노천명(황해도 장연 출생) 시집 : 『산호림(珊瑚林)』(1938), 아명은 기선(基善).
출처 : 풍경속 詩 한송이
글쓴이 : 시풍경 원글보기
메모 :
'감성충만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상자속에 숨기고 싶은 그리움/한용운/(낭송:단이) (0) | 2016.09.10 |
---|---|
[스크랩] 텅 빈 나 /오세영/(낭송:단이) (0) | 2016.09.10 |
[스크랩] 9월이 오면/안도현(낭송:단이) (0) | 2016.08.12 |
[스크랩] 가시연꽃/임보/낭송:단이 (0) | 2016.08.02 |
[스크랩] 나를 지우고/오세영/(낭송:단이) (0) | 2016.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