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정두리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 못한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스스로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도 몇배로 다시 고이는 힘
이파리도 되고 실팍한 줄기도 되고
아, 한목에 그대를 다 품을 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허물없이 맨발인 넉넉한 저녁입니다.
뜨거운 목젖까지 알아내고도
코끝으로까지 발이 저린 우리는 나무입니다.
우리는 어떤 노래입니까.
이노리나무 정수리에 낭낭 걸린 노래 한 소절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나게 하는
눈물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와 나는 두고 두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네게로 이르는 길
네가 깨끗한 얼굴로 내게로 되돌아 오는길
그대와 나는 내리 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두어야 합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삼일서적. 1987
출처 : 풍경속 詩 한송이
글쓴이 : 시풍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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