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스크랩]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박라연/(낭송:단이)

하동댁 2015. 7. 11. 22:50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박라연
    나, 이런 길을 만날 수 있다면 이 길을 손 잡고 가고 싶은 사람이 있네 먼지 한 톨 소음 한 점 없어 보이는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나도 그도 정갈한 영혼을 지닐 것 같아 이 길을 오고 가는 사람들처럼 이 길을 오고 가는 자동차의 탄력처럼 나 아직도 갈 곳이 있고 가서 씨뿌릴 여유가 있어 튀어오르거나 스며들 힘과 여운이 있어 나 이 길을 첫무늬가 보일락말락한 그렇게 아득한 끄트머리쯤의 집을 세내어 살고 싶네 아직은 낯이 설어 수십 번 손바닥을 오므리고 펴는 사이 수십 번 눈을 감았다가 뜨는 사이 그 집의 뒤켠엔 나무가 있고 새가 있고 꽃이 있네 절망이 사철 내내 내 몸을 적셔도 햇살을 아끼어 잎을 틔우고 뼈만 남은 내 마음에 다시 살이 오르면 그 마음 둥글게 말아 둥그런 얼굴 하나 빚겠네 그 건너편에 물론 강물이 흐르네. 그 강물 속 깊은 곳에 내 말 한마디 이 집에 세들어 사는 동안만이라도 나 … 처음 … 사랑할 … 때 … 처럼 … 그렇게 … 내 말은 말이 되지 못하고 흘러가버리면 내가 내 몸을 폭풍처럼 흔들면서 내가 나를 가루처럼 흩어지게 하면서 나, 그 한마디 말이 되어보겠네
출처 : 풍경속 詩 한송이
글쓴이 : 시풍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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