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새와 나무 ㅡ 류시화

하동댁 2015. 6. 16. 11:06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 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 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