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소셜테이너 (오마이북) 10
소셜테이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한국 사회가 들린다
‘소셜(Social)’과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친 말 소셜테이너(Socialtainer)는 사회적 발언이나 활동을 하는 대중문화예술인을 가리킨다. ‘날라리 외부세력’을 만들어 홍대 청소노동자 해고 문제와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발언하며 희망버스에도 동참한 배우 김여진, ‘레몬트리 공작단’이라는 재능기부 모임을 만들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자녀들과 함께한 가수 박혜경, 독도 분쟁을 국제 사회의 이슈로 만들고 도움이 필요한 사회 곳곳에 기부를 아끼지 않는 가수 김장훈 등을 떠올리면 소셜테이너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 소셜테이너를 둘러싼 논쟁이 날마다 뜨거워지고 있다. 2009년 김제동이 KBS 예능 프로그램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한 데 이어, 2010년 김미화는 KBS에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이냐는 의문을 트위터에 제기했다가 KBS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MBC에서 이른바 ‘소셜테이너 금지법’이라는 고정출연제한 사규를 도입하면서 김여진의 시사 프로그램 섭외를 취소했고 김흥국, 윤도현 등이 석연치 않은 형태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언론 매체와 SNS에서는 소셜테이너의 방송 출연 찬반을 놓고 각종 토론이 벌어졌다.
소셜테이너에 대한 관심과 이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얼마 전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보다 더 영향력 있고 신뢰받는 인물로 김여진이 뽑혔다. 김남훈은 홍대 두리반 문제를 트위터를 통해 널리 알렸고 박혜경, 탁현민 등은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시위에 참여해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물론 소셜테이너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본업인 노래, 연기 등에 전념하는 게 옳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사회 문제에 대해 소신껏 발언하고 잘못된 점들을 고치려는 게 무슨 문제가 된다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 장윤선(<오마이뉴스> 기자)은 이런 의문을 품고 소셜테이너의 목소리에 본격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좌우’는 중요하지 않다. 옳을 것을 옳다 말하는 최소한의 상식을 추구할 뿐
저자는 우리 사회에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참여하는 소셜테이너들을 2010년 7월부터 1년여 동안 만나 인터뷰하고 <오마이뉴스>에 그 내용을 연재했다. 이 책은 평균 조회수 17만 건을 기록한 연재 기사 중 19명의 인터뷰를 추려 엮어낸 것이다. 다소 오래 전의 논의는 덜어내고 새로운 발언과 활동에 대한 내용을 더해 21세기 초반 한국 사회의 모습을 소셜테이너의 목소리로 기록했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짚어냄과 동시에 소셜테이너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또한 읽어낼 수 있다.
이 책에는 김미화, 김남훈, 김여진, 윤도현, 이은미 등 소셜테이너로 잘 알려진 이들은 물론이고 공효진, 류승완, 맹봉학, 박철민, 임순례 등 사회 저변에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생각 또한 꼼꼼히 담아냈다. 민주주의, 인권, 여성, 반전, 동물보호, 환경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19명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하는 소셜테이너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좌우’는 중요하지 않다. 옳은 것을 옳다 말하는 최소한의 상식을 진정으로 추구할 뿐이다.
● 소셜테이너 19명의 한마디
@김미화 거대 권력 KBS와 싸우며 자괴감도 들었지만 후배들 위해 찍소리라도 하려고요.
@공효진 서울 하늘을 호주 브리즈번의 하늘처럼 만들고 싶어요.
@권해효 약한 자들 외면하는 우리, 부끄럽지 않나요?
@김여진 이념이나 종교를 뛰어넘어 지켜야 하는 절대 과제, ‘인권’입니다.
@김남훈 게시판에 욕설만 남기는 분노는 의미 없잖아요. 합리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죠.
@김장훈 제 가슴이 울리면 ‘오케이’, 그게 아니면 죽어도 안 해요.
@류승완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최소한의 예의와 상식은 지켜야죠.
@맹봉학 방송 출연 때문에 눈치 봐야 하는 현실…… 지금 민주주의 국가 맞아요?
@박진희 내 삶이 행복하도록 에코라이프를 실천하는 거예요.
@박철민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전태일 정신을 잊지 맙시다.
@박혜경 누군가 돕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분들, ‘레몬트리 공작단’과 함께해요.
@여균동 소통합이든 대통합이든 합쳐야 뭘 해볼 수 있지 않겠어요?
@윤도현 사회적 활동 안 하는 연예인이 어디 있나요? 우리 모두 소셜테이너죠.
@이상은 새로운 문화를 갈망하는 2040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이광기 세계 곳곳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살다 보면 행복한 날이 온다고.
@이은미 돈만 좇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숨이 턱턱 막혀요.
@임순례 먹을거리가 아닌 생명을 지닌 존재로 동물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홍석천 성소수자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책임감 느껴요.
@탁현민 ‘저항’은 대중문화예술의 본질입니다!
● 지은이 소개
장윤선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급신문을 만들어 상을 받은 뒤 “너는 커서 기자가 돼라”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줄곧 기자의 꿈을 꾸다 결국 기자가 됐다.
월간 <세상사람들> <참여사회>를 거쳐 현재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다. 2011년 11월 ‘안철수 출마 결심’ 특종 보도로 한국기자협회가 선정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의 보수와 대화하다》(공저) 등이 있다.
세상은 스스로 행동하는 만큼 변하며 작은 실천이 곧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 믿는다.
● 차례
들어가는 글|그들이 있어 우리도 행복하다
소셜테이너·1|광대에게 좌우란 없다|코미디언 김미화
소셜테이너·2|친환경 삶으로의 유혹을 시작하다|배우 공효진
소셜테이너·3|‘몽당연필’ 되어 세상을 고쳐 쓰다|배우 권해효
소셜테이너·4|딴따라처럼 날라리처럼 진심을 모으다|배우 김여진
소셜테이너·5|악당 레슬러, 정의를 응원하다|레슬러·방송인 김남훈
소셜테이너·6|예의 없는 세상에 발차기를 날리다|가수 김장훈
소셜테이너·7|‘부당사회’에 분노하다|영화감독 류승완
소셜테이너·8|힘없는 단역배우? 할 말은 한다|배우 맹봉학
소셜테이너·9|몸에 꼭 맞는 ‘에코라이프’를 찾다|배우 박진희
소셜테이너·10|전태일 정신을 지키고 싶다|배우 박철민
소셜테이너·11|‘레몬트리 공작단’과 유쾌한 재능 기부에 나서다|가수 박혜경
소셜테이너·12|재미있게, 섹시하게, 화끈하게. 안 돼?|영화감독 여균동
소셜테이너·13|노래하며 저항하는 나비로 살아가다|가수 윤도현
소셜테이너·14|2040세대의 문화를 살찌우고 싶다|가수 이상은
소셜테이너·15|슬픔 속에 얻은 새 삶의 씨앗을 나누다|배우 이광기
소셜테이너·16|‘걸그룹’ 바람에 애정 어린 독설을 던지다|가수 이은미
소셜테이너·17|‘동물보호’의 프레임을 바꾸다|영화감독 임순례
소셜테이너·18|차별 없는 ‘해피투게더’를 꿈꾸다|배우 홍석천
소셜테이너·19|진보에게 발칙한 상상력을 선물하다|문화콘텐츠 기획자 탁현민
Thanks to 소셜테이너|닥치고 광대? 그 손가락을 거두시오
● 본문 중에서
▪ (KBS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동료들은 주로 뭐라고 조언을 했나요?
많은 분들이 그래 봐야 혼자만 다친다고 하셨죠. 트위터에도 썼지만, 마치 거대한 벽 앞에 홀로 선 듯한 느낌이었어요. 제가 기자회견할 때 “여러분 저를 잃지 마십시오”라고 했잖아요. 어떤 분은 그 말이 되게 건방지게 들렸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나 그건 제 마음속에 있는, 코미디언으로서 살고 싶다는 절절한 호소였습니다. 그 말의 진심을 모른다면 ‘자기가 뭐라고 저를 잃지 말래?’ 이럴 수 있지만, 제 진심은 정말 웃기는 코미디언으로 살다가 죽고 싶다는 것이었거든요.
(광대에게 좌우란 없다·김미화 인터뷰 중)
▪ 영화 <우리 학교>에 나왔던 홋카이도 조선학교가 2011년 개교 50주년을 맞이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지역으로 이주해 간 재일조선인들은 어떤 분들이에요?
홋카이도에는 탄광지역으로 징용됐던 분들이 주로 계시죠. 제가 재일조선학교 돕기 운동을 하면서 정말 우리 국민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딱 한 가지예요. 부끄럽다는 걸 좀 알자. 우리나라가 힘이 없어서 자국민을 지키지 못했고 먹고살기 위해 혹은 끌려가서 연변으로 가면 연변조선족, 시베리아로 가면 카레이스키(고려인), 일본으로 가면 자이니치가 된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그들에 대해 아무런 정책도 없었고 외면했고 모른 척했죠. 그들이 국내로 오면 ‘연변족’ 운운하며 무시하고 차별하는 것, 부끄러워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
(‘몽당연필’ 되어 세상을 고쳐 쓰다·권해효 인터뷰 중)
▪ 트위터에서 사회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니까 ‘좌파’라는 별명도 붙는 것 같아요.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보수층이 강해서 자신이 ‘좌파’라 낙인찍히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대중문화예술인이 많은데요.
그럼 저는 좌파 레슬러고 우파 레슬러는 따로 있는 거예요? 너무 우습다고 생각되는 게,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 가지면 다 좌파인가요?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서 지적하면 몽땅 좌파예요? 그럼 불의에 눈 감으면 모두 우파예요? 그거 우파한테 욕 아닌가요?
제가 이대목동병원에서 여덟 살짜리 아이에게 성분 헌혈을 한 적이 있어요. 그 아이가 좌파여서 헌혈을 했을까요? 어려운 상황에 처한, 물에 빠진 사람 구하는 데 좌우가 따로 있겠습니까. 그건 문명인의 도리죠. 동물과 사람의 차이가 거기에 있는 거 아닌가요?
(악당 레슬러, 정의를 응원하다·김남훈 인터뷰 중)
▪ 배우가 아닌 인간 박철민에게 청년 전태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사인을 할 때 늘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서’라고 씁니다. 그렇게 쓰는 까닭은 전태일 때문이에요. 남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잖아요. 정말 어렵고 골치 아픈 일이죠.
전태일은 전적으로 남을 위해 온몸으로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으로 살 때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이타적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전태일입니다. 무엇보다 어릴 때, 20대 때 그런 생각을 갖게 한 사람이기 때문에 제게 큰 영향을 줬죠. 현대사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선봉에 섰던 사람이에요.
있는 사람이 나눠서 없는 사람 좀 채워주고 절대빈곤이 사라지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다 같이 기뻐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 절대약자는 없는 세상, 그런 세상 좀 앞당기면 안 될까요?
(전태일 정신을 지키고 싶다·박철민 인터뷰 중)
이 책을 꼭 추천해주고 싶은 분들이 있다. 닥치고 광대 노릇이나 하라며 개념 소셜테이너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삿대질부터 하는 분들!
정치인, 언론인 대다수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시대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본업에 태만하면서 수준 낮은 ‘연기’로 국민들에게 분노와 허탈함을 안겨주며 비웃음과 매를 벌고 있다. 이러니 우리 대중문화예술인들이 그들의 태만함에 대해 한마디씩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들 소셜테이너의 말문을 막을 어떤 법적 근거도 타당성도 방도도 없다는 것 역시,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다 보면 자연히 수긍하게 될 거라 믿는다.
마지막 인터뷰이인 탁현민의 말이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생각해보세요. 사회적 발언을 하는 사람이 정상인지, 안 하는 사람이 정상인지. 사회가 미쳐 돌아가고 있어요.”
(Thanks to 소셜테이너·MBC 정찬형 PD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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