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어도 애들을 시댁에 보내는 이유는
명절을 기다리도 않으며 좋아하지도 않는 싱글맘 입니다 .
오랜 세월동안 항상 홀로 보내야 하는 명절이 달가울리가 없으며
남들사는 모양을 보면서 내심 내 삶은 어찌 이리 외로운가 느껴지기도 하고
그저 살아온 내 삶들이 허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해도 애들은 시댁으로 올라갑니다 .
얼마전 시어머님이 전화를 하섰습니다.
" 에미야 올해는 얼굴좀 보자 "
" 애들만 보내지 말고 너도 올라와라 "
" 으그 엄니 지가 거길 어떻게 가요 ? "
" 난 아직도 너가 보고싶다 . "
" 아픈데는 없지 ? "
" 엄니는 어때요 ? "
" 도련님하고 아가씨는 잘있지요 "
" 맨날 속썩이고 살지 ... "
" 항상 너가 고생하는줄 안다 . 얼굴 한번 보자 "
" ....... "
" 엄니 건강하세요 .. "
올해도 우리 시어머니는 날 기다리고 계십니다 .
예전 이혼하기 전에 시어머니는 전형적인 못된 시어머니의 모델이셨습니다 .
당신 아들 바람을 피고 날 힘들게 하여도 그 모든 책임은 다 내잘못이라고 하셨고
어린 애들과 함께 시댁에서 남편도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나에게
온갖 힘든 말과 행동으로 어린 날 구박하섰습니다 .
어느날은 바가지로 내 머리를 내리치는 통에 안경이 깨지고
얼굴엔 피가 나기도 했습니다 .
그런 모진 시어머니 였습니다 .
과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납고 막내가내이고 억지부리고
도통 대화를 할수 없는 사람이였습니다 .
남편의 외도와 시어머니의 모진 학대 ...
마치 드라마의 한장면 과도 같은 세월을 삼년보내다가 드디어 애들과 같이
친정살이를 택해야 했습니다 .
그토록 모질고 날 힘들게 했던 시어머니가 이젠 그저 뒷방 노인네처럼
힘없고 어디 기댈곳 하나 없는 쓸쓸한 노년의 삶을 살고 계십니다 .
아직도 날 며느리로 생각하고
명절만 되면 전화를 어김없이 하십니다 .
비록 이혼을 하고 살지만 애들에게는 뿌리의 근원인 곳입니다 .
할머니도 손주들을 보고 싶어하시고 애들 아빠도 애들이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 압니다 .
그래서 난 애들을 항상 명절이 되면 시댁으로 올려 보냅니다 .
물론 철이 들기 전 몇해동안 시댁 가는것을 꺼려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항상 응당 가는 거려리 하고 생각하고 갑니다 .
나와 애들 아빠와의 인연의 줄은 싹둑 잘라져 나갔다 하더라도
애들 아빠와 애들의 연줄은 한 지체 마냥 항상 이어져 있습니다 .
그래서 난 애들 아빠의 일들이 잘되기를 바라며 잘 살기만을 바랍니다 .
미움이나 원망보다는 그저 애들의 아빠로서의 구실이나마 제대로 할수 있기를 바라는
맘이 더 큽니다 .
올해도 애들은 자신의 혈육인 사람들을 만나서 시어머니를 보고 " 할머니 " 라고
부르고 작은 아빠도 만나고 시고모님 시이모님 그리고 고모도 보고 올것입니다 .
그속에서 자신들의 가족과 혈육의 정 느끼고 오겠지요 .
언젠가는 나도 시댁에 갈 날이 올것입니다 .
지금은 부족합니다 .
좀더 멋지게 날 보여주고 싶습니다 .
당신 아들이 버린 내가 얼마나 멋진 여자로 남아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은 맘도
있는것을 보면 난 정말 못말리는 푼수입니다 .
그러나 그런 맘이 존재 합니다 .
시어머님이 아직도 날 며느리처럼 대하시고
내게 살갑게 " 에미 " 라고 부르시는 것처럼
내 가슴속에도 아직도 난 그분을 " 엄니 " 라고 부르는 것은
애들의 핏속에 그분의 피가 흐르고
전 남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비록 나는 호적에서 완전 떨어저 나온 사람이라고 해도
애들은 그분의 친손녀 입니다 .
애들 아빠의 사랑하는 딸들이고 보고싶은 딸들입니다 .
나 혼자만의 욕심으로 애들을 내곁에만 머물게 하지 않습니다 .
부정할수 없는 존재 ,
떨쳐내어 버릴수 없는 존재 라면
차라리 소통하면서 더 얽히고 섥힌 관계가 되어 아프게 사는것보다는
명절 만이라도 도란 도란 가족의 정을 느낄수 있는 그런 만남이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전 항상 애들이 없는 명절을 보낸답니다.
그래서 명절이 싫어요 .
자고 싶은 잠만 퍼지게 잘까합니다 .
명절 잘보내십시요 .....
[애들 보내느라 이리저리 준비해주고 청소해놓고 들어와보니 베스트라고....
감사합니다 . 복받으실 겁니다 .. 관계자분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