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난다데비 눈물의 원정 (토파즈) 10
아름다운 산에서 태어나 아름다운 산으로 돌아간,
축복의 여신 ‘난다데비’를 향한 눈물의 원정기!
1976년 존 로스켈리는 인도의 북서쪽 국경 오지에 있는 7,817미터의 고봉 난다데비 원정대에 참여했다. 이 등반 과정은 진한 감동과 갈등하는 야망, 죽음과 성공, 욕망과 회한 등이 가득한 한 편의 서사시였다.
이 책은 원정대가 오르려 했던 산의 이름을 따서 자기 딸의 이름을 짓고 그 딸이 성장해 젊은 나이로 원정에 참여하도록 한 원정대장 윌리 언솔드와, 이상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자로서 아버지와 함께 난다데비를 살펴보고 싶어했던 그의 딸 난다데비 언솔드의 이야기다.
또한 난다데비 산 정상에 세 사람이 올라서기까지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등반한 존 로스켈리의 이야기다. 이 책에서 그는 원정 목적과 야망을 이루기 위해 역경을 이겨내고 힘겨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산 속 고지에서 비극적으로 끝나버린 원정에 대해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헌신과 매우 힘든 사전 준비에서 비롯된 지혜와 엄격함을 가지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야말로 영원히 잊어질 수 없는 서사임에 틀림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건져올린 아름답고 슬픈 사실적 기록!
인도 가르왈 히말라야에 위치한 난다데비(7,817미터)는 그 이름대로 ‘축복을 내려주는 여신’의 안식처로 인식되어올 만큼 매혹적이고 신비한 산이다. 이 책은 미국의 산악인 윌리 언솔드와, 그의 딸 데비의 가슴 아픈 사연이자 1976년 난다데비 원정대의 사실적 기록물이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축복의 여신 난다데비의 이름을 갖게 된 그녀는 어쩌면 자신의 신성한 본성을 모른 채 죽어야 하는 운명으로 살았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녀는 난다데비 산의 가장 깊은 얼음 안식처로 돌아갔다.
어린 시절부터 누구보다도 난다데비 산에 친밀감을 갖고 있던 데비 언솔드는 자기 아버지처럼 난다데비 산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출발점은 1976년에 구성된 미국-인도 연합 난다데비 원정대였다. 원정대원은 열세 명. 난다데비 초등(1936년)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산악계의 전설인 두 사람, H. 아담스 카터와 윌리 언솔드가 공동대장을 맡고 현지 짐꾼 80명이 동원된 대규모 원정대는 4,100미터 부근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하고 난다데비 북서벽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처음 계획한 대로 원정은 순탄치 않았다. 등정 스타일, 고정로프의 사용 여부, 음식 등에 관한 의견 차이로 출발 전부터 불화가 생기기 시작한 원정대는 두 팀으로 갈라졌다. 등반 과정이 힘들더라도 새 루트를 개척해 정상에 도달하는 데 전력 집중하자는 쪽과, 고산 등정을 즐기면서 여러 명이 함께하기를 원하는 부류로 나뉜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저자인 존 로스켈리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얘기하고 있다. 특히 디브루게타에서 원정대원 마티의 후송문제를 두고 벌어진 논쟁과 위쪽 캠프로의 짐 운반 과정, 그리고 등반 루트에 대한 상반된 주장 등에 대해 그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써내려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사진작가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산악인 중 한 명인 존 로스켈리에 대한 평판과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고 할 수 있다. 강인하고 고집스러울 뿐만 아니라 냉철한 판단력과 거침없이 내뱉는 직선적인 말투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던 난다데비 원정 당시의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난다데비 원정과 2년 뒤의 K2 원정을 마친 뒤 미국의 어느 히말라야 산악인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을 갱신해나간 존 로스켈리는 여느 고산 등반가들처럼 8,000미터 이상의 봉우리 등정에 집착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낮지만 기술적으로 훨씬 어려운 히말라야 봉우리들에 끝없는 애정을 쏟아부었다.
“산은 우리를 태어나게 하고 다시 우리를 거두어들인다. 우리의 삶이란 신이 허락한 짧은 숨결, 살아 있는 동안의 이 짧은 숨결을 찬양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산에 올라야 한다.” _난다데비 언솔드
1976년 7월부터 원정을 마치고 난다데비를 빠져나온 9월까지 원정대는 등정 의지를 꺾는 악천후와 비좁은 공간, 형편없는 음식, 눈사태, 성공에 대한 불안감, 연이은 긴장감 등의 연속이었다. 정상 등정과 새로운 루트 개척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원정대원들은 많은 것들을 감내해야 했다. 9월 1일, 마침내 정상 등정이라는 감격 이후 찾아온 데비의 갑작스런 죽음은 원정대원들에게 참기 힘든 슬픔으로 다가왔다. 난다데비 원정 직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윌리 언솔드는 자기 딸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난다데비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하다가 죽었습니다. 그녀는 히말라야 고봉들을 향한 무한한 사랑에서 비롯된, 자신의 꿈을 실현하다가 죽었습니다. 그녀는 지금 그녀의 이름 속에 영원한 한 부분으로 잠들어 있는 것입니다.”
데비는 과연 난다데비 여신의 환생이었을까? 그녀는 원정 전부터 탈장과 가벼운 기침감기에 걸려 있었지만 분명 평소와 다름없이 활기차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캠프 Ⅲ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캠프 Ⅳ에서 급성 고산병으로 사망하기까지 데비는 다른 대원들을 배려하고 인내하는 정신력을 발휘했다.
고산 등반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아름다운 여정이다. 난다데비 산의 아름다움 또한 황량하고 혹독한 환경 아래서 시시각각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혹은 미지의 공포에 가려져 있었다. 오랜 기다림과 외로움, 금방이라도 발길을 돌리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고 정상으로 향하는 원정대원들의 발걸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자비로운 여신 난다데비의 가슴속에 안긴 데비 언솔드의 이야기가 더욱 감동적으로 와닿는 것이 아닐까.
“데비는 살아 있다. 그녀는 죽지 않았다. 그녀는 여신의 환생이었다.” _어느 인도 산악대원
한편 이 책은 순수 등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난다데비 원정대의 팀원들은 스스로 자기 목적을 세우고 산 정상에 오르려 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산악계에도 첨단 장비가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산에 오르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는 그 무엇도 대신해줄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1976년의 난다데비 원정은 등반행위와 위험을 견주는, 과학기술보다는 등반기술이 중시되는 산악 등반 황금시대의 마지막 원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종 높이와 정상 등정이라는 결과, 그리고 일등주의와 ‘최초’에 열광하는 대중에게 모험을 팔기 위해 경쟁적으로 고산 등반에 뛰어드는 최근의 세태와 진실 공방을 짚다 보면 순수한 등반 과정 자체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장비 등의 도움을 최소화하면서 인간 고유의 판단과 감각에 의존해 산에 오르는 과정을 순간순간 세밀하게 포착해낸 난다데비 이야기는 더욱 가슴 먹먹하게 다가선다. 비록 험난한 협곡을 트레킹해 인도의 가장 신성한 산에서 펼쳐진 70여 일간의 원정은 비극적으로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갈등과 욕망, 공포와 의지, 기쁨과 슬픔 등은 우리의 일생을 대변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1976년 미국-인도 연합 난다데비 원정의 주요 일지>
7월 5일|스포캔에서 출발해 미국을 떠남
7월 6일|인도 뉴델리에 도착함
7월 9일|뉴델리에서 출발함
7월 14일|라타에서 출발함(트레킹 첫날)
7월 16일|마티가 아프기 시작함
7월 17일|마티를 디브루게타로 이송함
7월 19일|주 원정대가 다음 트레킹 캠프로 출발함
7월 22일|마티가 헬기로 후송되고, 베이스캠프에 주 원정대가 도착함
7월 24일|루와 존이 리지 캠프를 구축함
7월 29일|루, 짐, 그리고 존이 전진베이스캠프를 확보함
8월 22일|루와 존이 능선에 올라 캠프 Ⅲ를 구축함
8월 26~29일|존이 짐, 루와 함께 부벽을 선등함
8월 31일|루, 짐, 그리고 존이 부벽 정상에 캠프 Ⅳ를 확보함
9월 1일|사상 다섯 번째로 난다데비 등정에 성공함(루, 짐, 그리고 존)
9월 3일|데비, 앤디, 그리고 피터가 캠프 Ⅳ에 도착함
9월 8일|데비가 캠프 Ⅳ에서 사망함
9월 14일|원정대가 베이스캠프를 떠남
9월 16일|원정대가 라타에 도착함
9월 22일|워싱턴 주 스포캔으로 돌아옴
<서문에서>
7,817미터의 난다데비-힌두교 신화에서 ‘축복의 여신’을 뜻한다-는 인도 히말라야에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다른 보석들에 둘러싸여 찬란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난다데비 주봉은 5,400~6,700미터급의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다. 산 아래 4,200미터 주변에는 빙하 잔해와 빙벽에서 풀과 꽃이 자라는 약간 평평한 분지-성소라 불린다-가 있어 히말라야 푸른양들이 살고 있다. 둘러싸고 있는 날카로운 봉우리들을 뚫고 성소 내부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는 약 16킬로미터에 이르는, 깊은 V자형 계곡인 리시 협곡뿐이다.
1949년 인도 북부를 트레킹하며 지나갈 때 미국의 산악인 윌리 언솔드는 능선 너머로 난다데비를 보았다. 그 산의 자태에 푹 빠져 한참을 바라보던 윌리는 자신이 딸을 낳게 된다면 이 웅장한 봉우리의 이름을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치 신비주의자처럼 윌리는 난다데비를 바라보면서 그 산이 자신의 미래에 중대한 의미를 갖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딸을 낳게 된 윌리는 딸에게 그 이름과 함께 자신의 모든 경험, 그리고 필연적으로 자신의 삶에서 사라지게 될 미래의 희망까지 전해주었다. 데비는 아버지의 기대대로 성장했고, 그녀에게 이름을 준 산을 직접 보기 위해 난다데비 원정대를 조직하게 되었다.
데비는 내가 참여했던 1976년의 미국-인도 연합 난다데비 등반대의 복잡다단함을 이해하려 했을 때 느꼈던 실망감을 완화시켜주었다. 나는 등반을 완수하고자 하는 희망과 내 능력에 대한 확신 등과 같은 지나친 야망과 의욕으로 등반을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열세 명의 남녀가 난다데비 정상 등정을 시도한 것은 전적으로 데비의 희망 때문이었으며, 지금의 나에게 그녀의 이름은 침착한 강인함과 확신을 떠올리게 한다. 난다데비에서 기쁨이 아닌 눈물을 얻게 된 것은 데비만이 이해할 수 있는 운명 자체인 것이다.
<책 속으로>
데비는 무더위와 끈질기게 달라붙는 벌레가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데비는 마치 ‘피곤해요, 존?’ 하고 말하는 것처럼 쳐다보며 한 번 웃어 보이고는 27킬로그램짜리 박스 한 개를 머리 위로 들어올려 상자더미 꼭대기에 쌓았다. 데비는 인도에, 그것도 자신의 이름을 가진 산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생기 있고 활기차며 행복한 것 같았다. 뉴델리에 머무는 동안 그녀는, 등반에 참여한 이유로 인도 뉴스매체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인디안 타임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난다데비 산에 굉장한 친밀감을 느끼고 있어요. 어떻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태어날 때부터 이 산에 대한 뭔가가 제 안에 있었어요.” 본문 41p.
우리가 외롭게 리지 캠프에서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는 내내 난다데비 산은 쉬지 않고 격동했다. 이곳은 조용했지만 거칠고 황량했다. 오직 자연의 소리만 정적을 깰 뿐이었다. 하지만 난다데비 산의 아름다움은 공포-죽음의 공포,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혹은 미지의 공포-에 가려져 있었다. 본문 149~150p.
기온은 우리가 편안할 정도로 높았다. 바람도 전혀 없었다. 날씨는 우리 아래에서 폐쇄된 채 난다데비 동봉을 비롯해 주변의 봉우리들을 감추고 있었다. 우리는 장갑과 모자를 벗을 수도 있었다. 내 배낭의 바닥까지 뒤져, 나는 200주년 기념 미국 국기와 정상에 가져가라고 부탁받은 인도 국기를 꺼냈다. 짐과 루가 그것을 들고,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밝게 미소를 지었다. 빈 물병 안에 국기를 잘 넣어 정상의 눈 속 깊이 파묻었다. 이보다 더 훌륭한 동료나 더 장대한 등정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_본문 295p.
멀지 않은 능선 위로 그녀를 끌고 올라갔다. 그곳은 고정로프의 오르막 쪽이라 그녀의 유해는 난다데비 산의 가장 깊은 얼음 안식처-북서벽-를 향해 나아갈 것이었다. 그들은 폭풍 속에서 무릎을 꿇고 그녀의 주검 주변으로 둥그렇게 손을 마주 잡았다. 그들 모두 자신의 삶 속에서 그토록 발랄하게 한 부분을 채워주었던 동료에게 비통에 찬 작별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윌리가 마지막 조사를 했다.
“우리가 함께했던 그 모든 세상에 대해 감사하구나. 이러한 위험과 극렬하게 대비되는 너의 아름다움 또한 고맙구나…… 정말 고맙다.” _본문 321p.
<저자 및 옮긴이>
존 로스켈리 John Roskelley
산악인이자 사진작가인 존 로스켈리는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며 가장 성공적인 미국의 고산등반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험난한 루트와 봉우리를 올랐다. 난다데비 : 눈물의 원정뿐만 아니라 그의 가장 끔찍한 몇 개의 등반 연대기라고 할 수 있는 직벽에서의 이야기와 마지막 날들 : 타보체와 멜룽체를 저술했다.
현재 존 로스켈리는 워싱턴 주 스포캔 시에서 스포캔 지역의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부인, 세 아이와 함께 스포캔에서 살고 있다. 그의 웹사이트 주소는 ‘www.johnroskelley.com’이다.
옮긴이 조성민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증권․금융 관련 일을 해왔다. 평소에 산과 트레킹을 좋아하여 국내 명산을 두루 돌아보았고, 중국과 네팔 등지로 트레킹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 책 난다데비는 2007년 봄, 네팔을 여행하던 중 카트만두의 한 거리 책방에서 처음 만났다. 헌책 한 권을 구해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면서 정신없이 탐독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번역까지 맡는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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