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양보호사 !!!
나는 비싼옷을 잘 안사는 편이다
아니 아주 정확하게 말하자면 새옷을 사서 입는 경우가
흔치 않다. 난 구제 옷을 잘사입는다.
일단 몸매가 완전 배들레햄이다.
키는 왜그렇게 작은지 150 되는것이 나의 소원이다
그러니 키는 작고 옆으로는 엄청 펴졌고
거기에 놋수높은 안경을 쓰고 뒤뚱뒤뚱 오리 걸음이다
허리도 구부정하고 바닥에 뭐 주울것이 많다고
항상 아래만 내려다 보고 상체가 앞으로 나오고
궁뎅이는 뒤로 볼록 하게 튀어 나와있는 전형적인 할머니 자세다
아니 그런 망할 몸매의 소유자다.
그러니 내가 뭔 비싼옷을 입은들 그것이 테가 날것이며
뽀대가 나질않는다. 그리하여 암만 비싼 옷을 사입어도 그냥 그옷은 싸구려 옷으로
전락하고 만다. 난 주제파악을 하는 여자다 그리하여 비싸 옷 아니 정품의 옷들에 절대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내가 가장 잘가는 옷가게는 우리 아파트 뒷동에 있는 대박 이라는
상호를 가진 구제 옷가게를 자주 이용한다.
이곳에는 3만원만 가지고 가면 총 6종류의 옷을 골라 잡을수 있다
두어달전 쇼윈도우에 걸린 저 꽃무늬 외투를 출근길에 보았다.
우리 애들은" 엄마 제발 꽃무늬가 들어간 그런 촌스런옷은입지마세요 " 하고 신신당부를 하지만
난 그냥 입어서 편하면 그만이다. 이옷을 보는 순간 난 홀딱 반했다
일단 속에 털이 잔뜩들어가서 따뜻해보였다 뭐 기장은 항상 내키에 맞는 옷은 없으니 그냥 감수 하고
입어야 한다. 퇴근후에 통근버스에서 내려서 그집으로 먼저 들어갔다
" 저기 저 옷좀 꺼내서 입어볼께 "
아직 팔리지 않고 있는 꽃무늬 외투를 입어보았다.
기장만 좀 크지 그럭저럭 입을만 했다
" 이옷 얼마예요 " " 언니 그옷은 만원 받아야해요 "
" 무슨 만원 씩이나 " 하면서 옷을 자세히 살펴보니 에구머니나 세상에
마지막 단추 하나가 안보이는 거다
" 이것봐요 단추 한개 없잖아 그냥 오천원에 팔아요 "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그래요 언니한테 잘 맞네 오천원만 주세요 "
그렇게 이옷은 나의 소유가 되었다
옷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난 단추를 찾기 시작했다.
검은색에 사이즈도 거의 비슷한 단추 한개를 옷에 달았다.
거기까기만 기억에 난다. 난 그렇게 요즘 같은 날씨에 저옷을 입고
이곳 저곳을 다녔다.
그런데 오늘 아침 딸네집에서 손주를 봐주고 나오다가
외투를 입으려고 옷을 보는데 접혀진 마지막 밑단속에서 단추 하나가
달린것이 순간 내눈에 들어왔다
"어머나이 단추가 왜 여기 달려있지 ? "
순간 단추가 떨어져서 오천원을 할인한 생각이 났다
순간 대박 주인 여자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단추가 자세히 보니 내가 달아놓은 단추와 똑같다
그러니까 요는 내가 위의 단추를 달면서 한개 더 있는 이 단추를
이렇게 마지막 밑단 속의 라벨위에 달아 놓았다는 이야기 되는 것이다
세상에 ~~~~ 나 치매 인가 ~~~~~ 아니 왜 생각이 안나지 ~~~~~
이 단추 하나 더 달아 놓은 것은 지금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러나 분명 한것은 위의 내가 달아놓은 단추와 똑같은 것이니
분명 내가 달아놓은 것이다
만약에 또 단추가 떨어질것에 대비해서 ...
내가 이렇게 꼼꼼한 적이 있었던가
엄청 덜렁대는 여자인데 !!!!
나의 생각지도 못했던 꼼꼼함에 당황하고
달았던 기억을 하지 못하는 나 자신한테 놀라고
이래 저래 여러번 나자신한테 놀랐지만 확실한것은 이렇게
글로 풀줄도 아는 나는 절대로 아직 치매 환자는 아니다
아니 나는 지금 나의 직업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요양보호사 라는 사실이다
오늘 나의 주제 파악은 여기까지 웃자 웃으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