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신년시 - 안도현
하동댁
2021. 1. 11. 14:57
닭이 울어 해는 뜬다
당신의 어깨 너머 해가 뜬다
우리 맨 처음 입맞출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
당신의 어깨
너머 첫닭이 운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 났을 때
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하고 나하고는
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
더도 달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
저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
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
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의 끝으로
울음 소리 한번 내질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