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아주 먼 그때 - 이기철

하동댁 2020. 12. 6. 17:07

네 곁에 앉았다 떠나오면서

처음으로 내 속에 꽃이 핀 걸 알았다

어느 주소록에도 없는 내 이름을 네가 처음 불렀을 때

비로소 나는 한 그루 나무가 되었다

내 가난한 등을 두드려주는 것이 천천히 떠나는 계절뿐이었을 때

가난의 누이인 네가 와서 내 가슴의 동풍이 되어주었다

구름이 흘러가는 서쪽

바람이 불어오는 동쪽

그 어느 언저리에서 우리는 우리가 결코 먼지가 아님을 알았다

헐한 음식을 먹고 남루를 입었어도

우리가 신선한 별임을, 별일 수 있음을 알았다

꿈꾸는  밤이 잦아졌다 과오마저도

신선해지는 날이 있음을 알았다

하늘 쳐다보면  별의 말을 알아들을 것 같았다

긴 하루가 뻐뚜기 울음처럼 짧아짐을 알있다

모방할 수 없는 보석이 우리의 가슴에 숨쉬고 있음을 알았다

아주 먼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