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늙은 호박 - 박철영

하동댁 2020. 12. 6. 16:48

세상사를 말할때는

겉만 보고 말하지 마라

홀로 꽃피우고 맺힌

호박덩이 일지라도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살지 않았다

숨 턱턱 막힌 삼복더위와

처서 넘은 입동까지도

지칠 줄 몰랐을 저 불 같은 성정

초겨울 서릿발 돋친 논두렁에서

넝쿨까지 마른 너를 거둬

두동강을 낸 뒤에야

한 여름날 사라진 뜨거운 해가

네 안에 빼곡한 걸 알았다

                 시집 월선리의 달  2015  문학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