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나무들은 때로 붉은 입술로 말한다 - 이기철

하동댁 2020. 11. 20. 22:24

사랑하는 시간만 생이 아니다

고뇌하고 분노하는 시간도 끞ㅎ는 생이다

기다림만이 제 몫인 집들은 서 있고

뜨락에는  주인의 마음만한 꽃들이

뾰루치처럼 붉게 핀다

날아간 새들아 어서 돌아오너라

이 세상 먼저 살고 간 사람들의 안부는

이따 묻기로 하고

오늘 아침 쌀 씻는 사람의 안부부터 물어야지

햇빛이 우리의 마음을 배추잎처럼 비출때

사람들은 푸른 벌레처럼 지붕 아래서 잠쌘다

아무리 작게 산 사람의 일생이라도

한 줄로 요약되는 삶은 없다

그걸 아는  물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흘러간다

반딧불 만한 꿈들이 문패 아래서 잠드는 내일이면

이세상에 주소가 없을 사람들 너무 큰 희망은 슬픔이 된다

못 만난 내일이 등 뒤에서 또 어깨를 툭친다

생은 결코  수사가 아니다

고통도 번뇌도 힘껏 껴안는 것이 생이다

나무들은 때로 붉은 입수로 말한다

생은 피우는 만큼 붉게 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