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노독 - 이문재

하동댁 2020. 3. 5. 22:33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깊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속으로 들어온 길이

봄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