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갈수 없는 그곳 - 반칠환

하동댁 2020. 1. 15. 13:44




그렇치요,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지상의 가장 높은 산보다 더 높다는 그곳은

도대체 얼마나 험준한 것이겠습니까

새벽이 되기전 모두 여장을 꾸립니다

탈것이 발달된 지금

혹은 자가용으로, 전세버스로, 더러는

자가 헬기로, 여유치못한  사람들 도보로 나섭니다

우는 아이 볼기 때리며 병든 부모 손수레에 싣고 길 떠나는  사람들

오기도 많이 왔지만 아직 그 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더러는 도복은 입은 도사들

그곳에 가까이 왔다는  소문을 팔아 돈을 벌기도 합니다

낙타가 바늘귀 빠져나가기 보다 어렵다는 그 곳

그러나 바늘귀도 오랜 세월  삭아 부러지고

굳이 더이상 통과할 바늘귀도 없이

자가용을  많이 가진 사람들

벌써 그 곳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건너가야할 육교나 지하도도 없는 곳

도보자들이 몰려있는 횡단보도에 연이은 차량

그들에게  그곳으로 가는 신호등은 언제나 빨간불입니다

오랜 기간 지친 사람들

무단 횡단을 하다가  즉심에 넘어가거나

허리를 치어 넘어지곤 합니다

갈수 없는 그 곳

그러나 모두 떠나면  누가

이곳에 남아 씨 뿌리고 곡식을 거둡니까

아름다운 사람들

하나 둘 돌아옵니다

모두 떠나고 나니 내가 살던 이곳이야 말로

그리도 가고 싶어하던 그곳인 줄을 아아

당신도 아시나요



지은이 : 반칠환 시인

충북 청주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대산 문화재단 시부분 창직지원수혜

서라벌 문학상

2004년 자랑스런 청남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