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런던탑, 동물원 그리고 거북이 (현대문학) 10
삶의 현실과 기발한 상상을 교묘하게 엮어낸
작가 줄리아 스튜어트의 재기발랄한 서사!
근위병들, 진귀한 동물들, 심지어 유령까지 어우러져 살아가는 런던탑!
진정한 사랑과 빛나는 눈물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마법 같은 이야기
세계적 유적지이자 관광지인 런던탑을 배경으로 근위병 발사자르 존스와 런던탑 사람들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을 유쾌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린 『런던탑, 동물원 그리고 거북이 Balthazar Jones and the Tower of London Zoo』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전작 『페리고르의 중매쟁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영국 차세대 작가 줄리아 스튜어트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2010년 출간과 동시에 영국과 미국 언론과 독자들에게서 호평을 받고 있다.
치밀한 서사 구조와 심층적 묘사를 바탕으로 캐릭터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는 작가 특유의 문체는 이 작품에서 더욱 빛을 발하여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마치 실제 존재하는 인물들인 양 생생하게 형상화된다. 특히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현재의 시공간에 런던탑의 900년 역사를 교묘하게 섞어넣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솜씨는 감탄을 자아낸다. 누구보다 인간적인 런던탑 사람들과 더불어 세계 각지에서 온 진귀한 동물들과 런던탑의 유령이 합세하여 벌이는 시끌벅적 소동극은 환상적 낭만성과 마법 같은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 이 책은…
런던탑은 11세기에 처음 건축된 이래 왕궁, 성채, 감옥이자 처형장, 왕실 보석 전시장, 왕실 조폐국 심지어 동물원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해온 영국의 대표적 유적지이자 관광지이다. 런던탑은 1485년부터 근위병들이 지켜오고 있는데, 현재 근위병들의 주 업무는 관광 안내이다. 그런데 이 근위병들에 대해서 영국인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이들이 런던탑 안에 배정받은 숙소에서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런던탑, 동물원 그리고 거북이』는 런던탑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이들이, 새로 생긴 동물원을 중심으로 변화를 겪으며 진정한 삶의 행복과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황금원숭이, 조릴라, 임금 극락조, 수염 난 돼지 등 희귀한 동물과 ‘앤 불린’ 이야기를 비롯한 런던탑 곳곳에 얽힌 전설, 난데없이 불쑥불쑥 등장하는 유령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개성 강한 런던탑 사람들과 빚어내는 하모니는 런던탑이라는 공간이 지닌 매력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환상적 분위기를 더한다.
세계 최고령 거북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런던탑 동물원 책임자로 임명되어 소동이 끊이지 않는 동물원을 꾸려가는 근위병 발사자르 존스, 3년 전 잃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아들을 위해 울지 않는 남편 발사자르 존스를 원망하는 아내 헤베 존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가는 등장인물에 고유한 성격과 습관, 사연을 부여함으로써 완벽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인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를 창조하였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상처를 품고 있지만 좌절하지 않고 유머를 잃지 않으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특히 빗물 모으기로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달래던 발사자르 존스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모습에서 “우리 가슴속에는 항상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작가의 위로 어린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풍성한 유머에 가슴 뭉클한 한 방울의 눈물을 더하여 사랑과 치유의 메시지를 세련되게 그려낸 이 소설은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 줄거리
근위병과 그들의 가족들, 술집과 카페 주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살아가는 런던탑에 어느 날 여왕의 명으로 동물원이 생긴다. 세계 각지에서 왕실에 선물로 온 소중한 동물들을 한데 모아 기르기로 한 것이다. 여왕은 동물원 책임자로 세계 최고령 거북이를 키우는 것으로 유명한 근위병 발사자르 존스를 임명한다. 그런데 런던탑 동물원은 개관 전부터 소동이 끊이지 않는다. 런던동물원에서 런던탑으로 동물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바위뛰기 펭귄이 모두 사라지는가 하면, 런던탑으로 가져갈 동물이 아닌 기린까지 싣고 와서 처치곤란한 상황을 겪는다. 게다가 발사자르 존스가 ‘수염 난 돼지’를 몰래 가져오는데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잃어버린 돼지를 찾는 소동이 벌어진다. 동물원이 정상 궤도에 오르자 그 인기를 시기한 근위병 ‘까마귀 대장’은 동물들을 우리에서 풀어버린다. 과연 발사자르 존스는 무사히 동물원을 꾸려갈 수 있을까? 그리고 3년 전 아들을 심장마비로 잃은 후 서먹해진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 지은이 줄리아 스튜어트 Julia Stuart
영국 미들랜드 서부에서 성장한 작가는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한 후 6년간 지방 신문사에서, 8년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서 기자로 활약했다. 프랑스 페리고르를 배경으로 한 낭만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소설 『페리고르의 중매쟁이』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하였다. 런던탑에 동물원이 들어서면서 생기는 소동을 그린 『런던탑, 동물원 그리고 거북이』는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다. 현재, 기자이며 영국인인 남편과 함께 바레인에서 살고 있다.
■ 옮긴이 안진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고, 현재 펍헙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페리고르의 중매쟁이』『영혼의 순례자 반 고흐』『헤르만 헤르츠버거의 건축 수업』『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커』『스트레스에 짓눌린 아이들』『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등이 있다.
■ 추천의 글
유쾌하고 익살맞고 감동적인 소설. 스튜어트는 매혹적인 문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며 코믹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흐뭇한 결말로 마무리한다. –《워싱턴 포스트》
스튜어트의 재능은 독창적인 상황을 설정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고 그려낸다는 데 있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덴버 포스트》
매력적이고, 재치가 넘치고, 가슴을 울리는 스튜어트의 이 두 번째 소설은 처녀작보다 훨씬 맛깔스럽다. -《라이브러리 저널》
근위병 발사자르가 런던탑 동물원의 책임자가 되자 우스꽝스러운 소동이 잇따라 벌어진다. 런던탑에 관한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도 더불어 소개해주는 이 책은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피플》
■ 본문에서
헤베 존스는 남편이 드디어 수집을 끝마쳤으니 이제 그만두겠거니 하고 기뻐했다. 그러나 어느 날 밤 남편이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왼쪽 발에서 젖은 양말을 벗겨냈을 때 그녀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남편은 꼬리 끝만 살짝 건드려본 용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사람처럼 광적인 신념에 불타고 있었다. 그는 서류 양식을 갖춘 편지지와 짝이 맞는 편지봉투를 구해놓았고, 날씨에 취미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편지를 교환하려는 의도에서 비의 수호성인인 성 헤리베르트의 이름을 따서 ‘헤리베르트 향수 클럽’을 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받은 유일한 답장은 세계 최고의 강우량을 기록하는 인도 북동부 모신람에 사는 익명의 주민이 보낸 편지였다. 물에 젖었던 자국이 역력한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말만 달랑 쓰여 있었다. “발사자르 씨, 그 미친 짓에서 하루라도 빨리 손을 떼십시오. 비에 젖어 사는 사람은 미치광이보다 더 나빠요.” -본문 12~13페이지
“펭귄들이 없어졌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오스윈 필딩이 벽에 걸린 루돌프 헤스의 사인 액자 바로 옆 테이블에 비스듬히 기대며 물었다.
“애초에 이곳으로 오지 않았어요.” 발사자르 존스는 누군가 들을세라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그러면 어디 있다는 겁니까?”
오스윈 필딩의 물음에 발사자르 존스는 턱수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소이다. 이삿짐센터 직원 말로는 휘발유를 넣으려고 차를 세웠는데 자기가 돈을 내고 돌아와 보니 화물칸 문과 조수석 문이 열려 있고 펭귄들이 온데간데없더라는 거요.”
“조수석에는 누가 타고 있었죠?”
근위병 발사자르 존스는 상대방의 시선을 외면하며 웅얼웅얼 대답했다. “펭귄 한 마리요.”
시종무관이 남아 있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어 내리며 말했다. “제길. 아르헨티나에서는 우리가 고의로 펭귄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거요. 그런 문제로 또다시 곤란해지고 싶지는 않은데. 이봐요, 선생. 펭귄은 어디 있냐고 누가 묻거든 이동 중에 멀미를 일으켜서 동물병원에 데려갔다고 대답하십시오. 내가 비밀리에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본문 186페이지
“남편이 한 번도 울지 않았다는 게 용서가 되지 않아요.”
노인이 헤베 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로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더라도 슬퍼하는 방식은 서로 다를 수 있지요.”
헤베 존스는 베일처럼 앞을 가린 눈물 너머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이가 우리 애를 사랑하기는 했는지 의심이 들어요.”
그러자 레지날드 퍼킨스가 굽은 손가락을 쳐들며 물었다.
“아들이 살아 있었을 때도 그걸 의심한 적이 있소?”
“한 번도 없었죠.”
“그게 당신의 답인 거요.”
노인이 손을 내리며 말했다. -본문 36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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