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길 위에서 - 곽재구

하동댁 2019. 12. 31. 22:50



길 위에서


산을 만나면

산을 사랑하고

강을 만나면

강을 사랑하지


꽃이 많이 핀 아침을 만나면

꽃향기 속에서

너에게 편지를 쓰지


언덕 위에선

노란 씀바퀴꽃 하모니카를  불고

실눈썹을 한 낮달 하나

강물 속 오래된 길을 걷지


별을 만나면

별을 깊게 사랑하고

슬픔을 만나면

슬품을 깊게 사랑하지


그러다가

하늘의 큰 나루터에 이르면

작은 나룻배의 주인이 된

내 어린 날의 바람을 만나기도 하지